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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人side/안랩컬처

싱글남 생일에 꽃 보낸 이는 고모? 고 모양?

안철수연구소 사내 그룹웨어 '안방'의 자유게시판에는 간혹 작품(?)이 올라온다.
시도 아닌 것이 수필도 아닌 것이, 픽션인 듯 논픽션인 듯 읽는 이를 끌어당긴다.
그 중 2009년 연말을 뜨겁게 달구었던 화제의 베스트셀러를 소개할까 한다.

남성 보안전문가가 득실거리는 정보보안 회사에서 젊음을 싱글로 낭비하는 한 연구원에 대해 동료 연구원이 올린 애틋한 사연이다. 솔로 연구원의 생일에 꽃다발을 보낸 이는 정녕 고모인가, 고 모양인가? 진실은 저 너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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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연구소 10층
가장 오른쪽에 위치한 서비스개발팀은 3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 중 중앙에 위치한 제 2구역은 양기가 워낙 강해 금녀의 지역으로 유명하다. 

현재, 제 2구역에는 임모 과장님이 법적으로는 유일한 여성 분이긴 하나......
강한 양기에 오랫동안 노출되었고 유부녀이신 관계로 남성화가 상당 부분 진행되었으리라는 게 팀원들의 추측이다. (팀원 일부의 추측일 뿐 아직 학계에 정식으로 보고된 적은 없으며 개인적인 견해로는 임모 과장님은 천상여자♡)
 

여하튼 제 2구역 거주민들은 새로 들어올 신입 사원의 이름이 단지 여성적이라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며, 가끔 있는 회식 자리에서는 '왜 우린 항상 남자끼리만 술을 마시는가?'를 주제로 눈물겨운 100분토론을 벌이곤 한다.
또 멀쩡한 스파게티를 앞에 두고도 남자끼리 먹어서 맛이 없는 건 모르고 애꿎은 스파게티 탓만 해대며 서로 주고받는 메일은 건조하기 짝이 없는 단문형에 오직 업무 내용만 가득한 짐승돌(!)같은 그런 삶을 사는 이들이다.

이런 메마른 제 2구역에서 사회 생활의 첫발을 내디딘 26년 솔로 인생 박준효 연구원(가명)이
사람의 인생이란 것이 원래 외롭고 쓸쓸한 '솔로 인생'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상황일지도 모른다.
 

이런 박준효 연구원을 솔로 부대에서 탈출시키기 위해서 제 2구역 거주민들은 '박사사'를 결성하였다. ('박'준효를 '사'랑하는 '사'람들) '박사사'는 내년 초 팬미팅 예정이며 현재 성황리에 회원 모집 중에 있다. 


                                          (그림설명) '박사사' 모임 정식 로고 - '닥터.포'라고 읽는다
 

'박사사' 조직원들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준효씨는 여름 휴가 때는 남자와 단둘이 강원도 여행을 가고,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위해 아이폰양과 소개팅 약속을 잡는 등 솔로 생활을 본인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듯했다.
그렇게
2009년은 조용히 끝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12월 23일 오전, 박준효 연구원에게 생일 축하 꽃다발과 케익이 배달된 것이다!
제 2구역에 꽃이라는 물건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었고, 그 주인공이 준효씨였기에 그 놀라움은 더더욱 컸다. 제 2구역 거주민들은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고 한동안 충격과 공포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과연
2009년을 단 일주일 남겨둔 상황에서 준효씨는 쇼생크 탈출보다 더 극적인 솔로 탈출에 성공할 것인가?

하지만 제 2구역 CSI팀의 자체 조사 결과,
꽃과 케익을 보내주신
여성분은... 준효씨의 고모님....

고모님은 알고 계셨나 보다.

조카의 외로웠던, 그리고 앞으로도 쭉 외로울 그의 솔로 인생을.
그래 피는 물보다 진했다.


사실 누군가 꽃다발을 배달 받은 뒤에 친척이나 가족이 보내줬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아무도 믿지 않았을 텐데, 모두들 너무나 자연스럽게 준효씨의 말을 받아들이고 수긍했다는 것이 내가 더 가슴 아리고 목이 메이는 이유인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일이 '박사사'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확인시켜준 계기라 생각하고
더 열심히 뛰어보려 한다.

2010년에도 국민 솔로 박준효 연구원의 솔로 탈출은 계속됩니다!!!

ps) '제 2구역 꽃다발 배달 사건' 마무리 조사가 진행 중인 현재
복지포인트 소진을 위한 준효씨의 자작극이라는 소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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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인터넷사업본부 주영종 선입연구원의 작품. 그리고 이 게시물 아래엔 다음과 같은 댓글이 작렬했다...

권oo : 음....ASEC 대응팀에는 district 9 이 있습니다. 최근 그 구역 거주민 1명이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2구역과 9구역 거주민 모임이라도 한번 갖는게...

김oo : 혹시 여자 친구 이름이 '고모' 는 아닐까요? 아님 성이 '고'씨? 

박oo : 컥 40년 솔로인생을 걷는 팀원을 가진 팀장은 어짜라구~~, 여튼, 준효씨 생일축하, 여성분의 성이 '고'씨임에 틀림 없습니다. 그래서 고모양, ㅎㅎ 저도 박사사 참여 희망합니다.

임oo : ㅋㅋㅋㅋ 꽃미남 준효씨 내년엔.... 도 희망이 없을까;;

안oo : '박사사'만들면 생길 것 같죠? ^^ 
           안 생겨요 ...


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