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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人side/안랩!안랩인!

직장인 영어, 원어민 강사 3인이 말하는 문제점

‘지구의 언어’라고 불리는 영어.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화를 두고 "세계는 평평하다(World is flat)"라고 매우 명쾌하게 정의했는데, 세계화로 장벽이 없어진 데는 세계의 언어가 영어로 거의 표준화한 것이 주효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글로벌 무대를 누비기 위해 많은 이가 영어를 배우고자 고군분투한다. 특히 영어 실력을 인증해 주는 공문서는 이들에게 필수조건 이상으로 ‘Must Have Item’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학업이나 취업, 그리고 승진의 도구 이전에 자신의 생각을 다른 언어로 표현할 수단이라는, 좀더 유연한 생각이 필요할 것 같다.


글로벌 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안철수연구소에서도 많은 사원이 영어 실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 일과 중 시간을 내 자율적으로 공부하는 안랩인도 있지만 회사에서 지원하는 사내 스터디를 이용하는 안랩인도 20여 명에 이른다. 한 어학원과 제휴해 영어 교육 전문 강사를 초빙해 주 3회 아침 7:50~8:50에 진행한다.

안랩인의 영어 실력 향상을 이끄는 이들은 하와이에서 온 켈리(Kelly), 미국에서 온 데이빗(David), 그리고 캐나다에서 온 자스민(Jasmine)이다. 켈리와 자스민은 한국인 교포 2세이다. 이들을 만나 안랩인들과 함께 하며 느끼는 것은 무엇인지, 한국인이 영어에 갖는 부담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았다.

왼쪽부터 켈리, 데이빗, 자스민


-수업에 가장 적극적인 안랩인은 누구인가요?
David: 한 명을 뽑기는 조금 힘들어요. 모두가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하기 때문입니다.
Kelly: 맞아요. 수업이 비교적 아침 일찍 시작되는데도 모두가 시간을 지켜오려고 매우 노력을 하죠. 물론 그 날 주어지는 회화 토픽에 따라서 참여도가 다른 것도 사실이지만 대부분 그것을 고려해서 토픽을 선택하기 때문에 집중도가 현저하게 떨어지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Jasmine: 개인적으로 한 명 한 명의 열정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모두가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기 때문이죠.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때와 비교해서 안철수연구소에서 수업을 진행할 때는 조금 특별한 점이 있을 것 같아요.
David: 앞서 말했던 것처럼 매우 열정적이고 적극적입니다. 그리고 부지런하다는 점? 하하. 수업 시간이 이르니깐요.
Kelly: 수업 내용이나 방식을 습득하는 데 조금 더 빠른 것 같아요. 기사를 읽거나 할 때도 어려움이 거의 없죠. 말하기 연습도 열심히 하고요.
Jasmine: 말하는 데 전혀 두려움이 없어요. 물론 제가 조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할 때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거나 물러서지는 않아요. 늘 용기 있죠.


-한국인을 가르칠 때 발견되는 단점이 있나요? 예를 들어 한국인은 회화 실력이 유창해지기 전에 발음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죠. 또 영어의 어떤 것보다 문법 실력이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Jasmine: 말하기에서는 무엇보다 용기가 가장 중요해요. 지나치게 부끄러워하고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거죠. 어떤 것보다 ‘자연스러움’이 먼저가 되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은 어떻게 통문장(full-sentence)을 잘 만들 수 있는지 생각하기 바쁜 경향이 있어요. 문장 완성도가 의사소통보다 중요할 수는 없거든요.
David: 맞아요. 그건 아마 영어로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비교적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인이 절대 어휘 부분에서 약한 게 아니거든요. 다만, 그 단어를 알고 있음에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수동적인 편이라고 하는 게 적절하죠. 안철수연구소 사원들도 처음 3주 동안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는데 적응하느라고 힘들어했죠.
Kelly: 그건 학생 성향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문법을 많이 알면 대화에 참여하는 데 어려움이 덜한 경우도 있거든요. 문제는 아마 지나치게 그 부분에만 집중을 해버리는 것에 있죠. 실수를 해도 괜찮아요.^^

-영어를 잘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해외 어학연수를 떠납니다. 어학연수가 실력 향상을 보장해준다는 의견도 있고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있어요.
Jasmine: 그건 진짜 확실하게 말하는데 사람마다 달라요. 제가 아는 중국인 친구는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갔는데 그 곳에 한국인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한국말을 더 잘하게 돼서 돌아왔어요. 환경의 차이를 실력의 차이라고 볼 순 없어요.
David: 저도 Jasmine의 말에 동의해요. 여행하기에 유명한 장소가 공부를 하기에 유명한 장소가 아니듯이 말이죠.
Kelly: 사실 생각해보면 해외로 여행을 가도 혼자 가면 말을 거의 안 하잖아요. 이건 얼마에요? 저게 뭐죠? 같은 몇 마디를 하려고 여행을 가는 건 아닐 테니깐. David이 말했던 것 처럼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은 그것을 얼마나 사용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어요. Keep Challenging yourself!


-한국 중·고등학생 중에는 영어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들에게조언을 준다면요?

David: 요즘은 취업의 기본 관문인 면접에서도 영어로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회의에서도 그렇고 실제로 제 친구도 직장 내에서 영어를 많이 사용해요.
Kelly: David의 말처럼 직업을 가질 때 영어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일상에서도 영어가 굉장히 많이 필요해요.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도 영어가 필요할 수 있거든요.

-한국에서는 토익과 토플처럼 영어 공인 인증서가 직업을 얻는 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데요.
Jasmine: 한국인들은 인증서에 굉장히 열중하는 것 같아요. 영어뿐만 아니라 모든 시험에 열광하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David: 스스로 이것을 싫어하면서 동시에 굉장히 환영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 같아요. 토익이나 토플에 많은 혜택을 지나치게 많이 주는 것도 사실이죠. 저는 그 점수만큼 뛰어난 실력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아무래도 능력(ability)과 기술(skill)은 좀 다른 것 같아요.
Kelly: 자기가 하고 싶어서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시험을 보는 건 좋은데, 매달 시험을 보고 자괴감에 빠지고 하는 건 스트레스를 자처하는 것에 불과해요.

-영어 강사로 일하는 데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요?
Jasmine: 인내심이요. 하하하.
Kelly: 많은 사람을 만나고 앞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외향적인 성격과 지도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종종 선생님과 마주하기를 두려워할 때가 있죠. 그럴 때 학생들을 안심시켜 줄 수 있는 편안함도 필요하죠.
David: 저는 무엇보다 지식적 자질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강사는 무엇보다 지식을 선사하는 일이니깐 말이죠. Ahn

사진. 사내기자 황미경 / 안철수연구소 커뮤니케이션팀
사내기자 오주현 / 안철수연구소 보안기술팀 주임연구원
대학생기자 이자연 / 동덕여대 영어과

꼭두밤을 새고 마주친 샛별을 바라보다 외로움을 잊게 되었다는 어느 허심탄회한 수필을 보며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다가 구름처럼 하얗게 죽고 싶다고 생각을 했다. 오늘도 모든이의 하루가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