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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人side/안철수 창업자

안철수-박경철이 희망의 미래 위해 던지는 독설

안철수 교수(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와 박경철 원장(안동 신세계클리닉 원장)이 주축이 돼 진행하는 전국 24개 도시 순회 강연 <2011 희망공감 청춘콘서트>가 6월 29일 대전에서 첫 항해를 시작했다. 9월까지 이어지는 이 콘서트는 무료이며 카페에서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6월 일 인천, 7월 2일 인천에 이어 7월 8일에는 안산 문화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는데, 여기에 참석해 이 시대의 청춘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경청했다.
 

특히 사회 진출을 앞둔 대학생으로서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짚어줄 때 더 관심이 쏠렸다. 인터넷에 ‘대학생 취업’을 검색하면 많은 연관검색어와 무수히 쏟아지는 취업 관련 사이트, 블로그 및 카페 등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취업은 대학생에게 중요하고도 걱정스러운 문제이다. 
안 교수와 박 원장은 지금의 우리처럼 많은 고민을 했던 시절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그리고는 점차 넓은 시각으로 현재 문제가 되는 사회적 구조와 현상을 돌아보고 해결책을 찾는 시간을 가졌다.

다소 무거울 수 있었겠지만 안철수 교수와 박경철 원장의 편안하고 친밀한 대화가 이를 무너뜨렸다. 특히 박경철 원장이 계속해서 안철수 교수한테 건네는 정다운 장난과 농담은 청중의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렇게 밝은 진지함 속에 진행된 청춘콘서트를 생생하게 전하고자 한다. 

중요한 선택할 때 과거, 평가, 결과는 버려라


박경철 원장(이하 박) :
고용과 일자리는 우리에게 당면한 과제입니다. 왜 우리에게 심각한 문제가 되고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사실 여러분 굉장히 힘드신데, 우리나라에서 제일 안 힘들어 보이는 분, 여기 계시잖아요.(청중 웃음ㅋㅋㅋ) 제가 대신해서 물어볼게요. 제가 볼 때는 힘든 것을 모르셨을 것 같아요. 입사 시험에 떨어본 적도 없고, 스펙 걱정 없었고, 그러면서 스펙은 제일 좋고, 힘든 시절이 있었습니까?

안철수 교수(이하 안): 힘들었던 시절의 대표적인 예가 창업했을 때였던 것 같아요. 의대 교수를 그만두고, 무모하게 보안 회사를 창업했는데요. 당시 그 일의 안정에 대한 고려를 전혀 하지 않고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4년 내내 힘들었어요. 특히 직원들 월급 줄 시기에 제일 힘들었어요. 영업해서 벌었던 돈을 계산해 보면 항상 직원 월급을 줄 돈이 모자랐거든요.

무엇보다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의사 또는 의대 교수가 된 동기동창들과 저를 비교할 때였어요. 병원에서 인정받는 의사로 지내는 동기동창들과 계산이 틀린 몇 십 원을 찾느라 계산기를 두드리는 제 모습이 비교가 되었거든요.

그러면서 힘들 때는 어떻게 견딜 수 있는지 노하우가 쌓였던 것 같아요. 우선은 남하고 비교하지 말아야 해요. 또 사람이 위를 쳐다볼 때가 힘들더라고요. 등산할 때도 올라가면서 위만 쳐다보면 정상이 구름에 가려 명확히 보지 못 해요. 그럼 절망적이거든요. 그럴 때 뒤를 돌아보면 저 아래 조그마한 집, 사람, 자동차가 보여요. 그것은 내가 이만큼 해왔다는 증거거든요. 그럼 절망적인 마음이 사라져요.

그리고 목표를 너무 원대하게 잡는 것도 사람을 힘들게 해요. ‘3년 뒤에 무엇을 하겠다‘라는 목표보다는 ′올 연말까지 혹은 이번 달 말까지 내가 무엇을 하겠다'라고 목표를 세워놓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그것을 달성한 후 그동안 못 갔던 음식점, 영화관에 가서 즐기면 조금씩 견딜 수 있더라고요.

그래도 힘들면 저는 정처 없이 걸었어요. 안연구소가 처음 있었던 서초동에서 강남역을 지나 코엑스까지 두세 시간을 걸으면 생각이 가다듬어지고 마음이 진정됐어요.  

박: 근데 왜 그러셨어요? 소위 말하는 스펙을 스스로 버린 것이잖아요. 사실 ‘안 선생님이 의사였으면 노벨의학상에 최초로 도전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신경생리학에 굉장한 두각을 나타내셨어요. 우리나라 의사들 중에 최연소 의과 대학장이라는 이력도 가지셨죠. 최연소 의과 대학장으로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적어도 지금보다 나았을 것 같은데, 굳이 이런 것을 버리고 아무 보잘것없어 보인 길을 왜 가셨습니까?

안: 처음에는 두 가지를 병행했죠. 당시 제가 했던 의학 연구에 도움이 되었던 것이 컴퓨터 공부였어요. 전공을 잘하기 위해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우연히 컴퓨터 바이러스를 발견하게 됐어요. 이를 고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고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7년 동안 양쪽을 병행했어요. 그땐 원래 하던 의학 연구를 버리고 컴퓨터 쪽으로 가는 것이 겁나는 일이라 결국 두 배의 노력을 들어 두 가지를 함께 했어요. 7년 동안 낮에는 의사로, 새벽 3시부터 6시까지는 컴퓨터 관련 백신 일을 했어요. 그러다가 제가 한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던 거죠. 컴퓨터 바이러스는 너무 많이 늘어났고 의과대학 쪽도 일이 많아 병행할 수 없게 됐어요. 사실 고민이 많았죠. 6개월 동안 고통스럽게 고민을 하면서 점차 생각 정리가 됐어요.

6개월을 고민하고 제 나름대로 배운 것이 있는데요. 첫째, 인생의 중요한 고민을 할 때는 과거를 잊어야 해요. 흔히 실패를 하면 마음이 약해져서 후에 과감한 선택을 하지 못한다고 하죠. 그래서 ‘실패는 사람의 발목을 잡는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요. 성공이 더 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사냥꾼이 원숭이를 잡는 비유 아시죠? 원숭이를 잡기 위해 투명한 유리병 속에 사탕을 넣어둬요. 사냥꾼은 저 뒤에서 보고 있고 원숭이는 가서 병 속으로 손을 넣어 사탕을 쥐죠. 그런데 주먹을 쥐니깐 손이 빠지지 않는 것이에요. 한참 동안 빼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결국 사냥꾼에게 잡혀요. 사실 원숭이가 사탕을 도로 넣으면 손을 빼서 도망갈 수 있어요. 하지만 놓지 않았기에 도망을 못 간 거죠.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사람이 열심히 살고 노력하면 무엇을 가지게 되는데요. 그 다음부터 하는 모든 판단을 내가 얻은 것을 놓지 않은 범위 내에서만 선택하고 판단하려다 보니 오히려 더 힘들어져요. 회사 임원이 됐을 때 실패하는 분을 많이 봤어요. 실패하는 이유는 자기 부서만 잘 운영하면 되는 부장으로서의 성공 방법을 그대로 썼기 때문이에요. 한 부서만 잘 되게 하는 것은 임원 자격이 없어요. 임원은 전시적인 시각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과거의 성공 경험은 생각에서 지워야 하죠. 결국 성공 경험이 그 사람의 발목을 잡고 오히려 실패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째로 주위 사람의 평가에 너무 연연하면 안 되더라고요.
제가 카이스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많이 접한 경우인데요. 착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며 부모님 말씀도 잘 듣는 학생들은 자기 의사와 상관 없이 부모님이 원하는 과에 가요. 1, 2학년 때는 공부보단 노는 것을 많이 하기에 별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3학년이 돼서 정신 차리고 보니 자신의 전공이 적성과 맞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고민하는 학생을 많이 봤어요. 다른 전공으로 옮길 시기는 지난 것 같아 자꾸 고민만 하다가 바짝 말라가요. 그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님 또한 행복하지 않죠. 주위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려면 자기가 먼저 행복해져야 하더라고요. 부모님, 주위 사람을 단기적으로 기쁘게 해주려고 그분들이 바라는 선택을 하는데, 결국 자기가 불행해지면서 주위 사람도 불행해져요. 반대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처음에는 주위에서 싫어할 수 있지만, 당사자가 계속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셋째는 결과에 너무 욕심내는 것도 좋지 않다는 거예요. 사업을 할 때 최선을 다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에 반해 별로 최선을 다하지 않았는데도 성공하는 경우도 있고요. 내가 할 수 있는 부분, 내가 성공해서 차지하는 부분은 2/3 정도밖에 안 돼요. 나머지 1/3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도움과 운, 사회적 여건이더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성공을 100% 개인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이것은 책 보고 혼자 깨달은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현장에서 살면서 얻은 깨달음이에요.

그렇게 6개월 동안 고민한 후, 3가지 결론을 얻고 났더니 본질만 남았더라고요. 선택할 때 ‘내가 이 선택을 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만 보면 굉장히 머리가 복잡해요. 이런 생각을 다 걷어내면 머릿속이 투명해지고 맑아지면서 본질만 남아요. 그런 상태로 두 가지 중에서 '내가 어떤 선택을 하면 더 의미를 둘 수 있고 계속 열정을 가지고 재미있게 일 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어요. 의사는 제게 의미 있는 일이었고 재미도 있었으며 또 나름대로 잘하는 일이었어요. 하지만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분야는 우리나라에서 저밖에 없었어요. 그렇기에 의미가 더 컸어요. 그리고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여건은 열악했으나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거든요. 그렇기에 6개월 고민 끝에 미래에 대한 안정 및 전망을 생각하지 않고 택한 것이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분야였죠.


가치관을 먼저 정립해라


박: 안 선생님이 삶의 체험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서 갑자기 이 말이 하고 싶어졌어요. 안 선생님의 가치관은 공존·연대의 가치와 같다고. 제가 갑자기 가치관을 꺼내는 이유는 들으면서 제 머리 속에 떠올린 단어가 ‘가치’이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가치관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당신의 가치관은 무엇입니까?’ 라고 물었을 때 상대방이 갑자기 멍해지는 모습을 자주 봤어요. 사실 ‘당신의 가치관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은 ‘당신은 여성입니까? 남성입니까?’라는 질문의 답처럼 바로 튀어나와야 합니다. 인생에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먼저 자리잡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내 삶에 있어서 중요한 가치는 이것이다’라는 기준이 있어야죠. 그 기준에 따라 가치의 유무를 구별할 수 있으며 가치 있는 것들을 선택하기 위한 방향성도 가질 수 있습니다.

안 선생님이 말한 것처럼 대부분 학생은 주변 사람 및 부모의 평가와 선호에 맞게 단순히 좋아 보여서 목표를 세웁니다. 그리고 적성이라고 말하죠. 하지만 막상 가보면 실제로 성공한 사람도 실패로 끝나잖아요. 모 대기업 그룹의 부사장까지 올라간 분이 이 세상과의 결별을 선택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죠. 목표는 달성했지만 그렇게 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자신의 가치관이 가리키는 방향과 내 목표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목표를 향해 계속 달려가다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해서 공허하고, 막상 도착하고 보면 자신이 생각한 정상이 아닌 것이죠. 다른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것도 막막해 좌절해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결과적으로 가치관을 먼저 정립하고 그 가치관에 맞는 목표를 정해서 도전하고 걸어가는 것이 순서입니다. 그러면 목표에 도달했든 도달하지 못 했든 목표를 향해 걸었던 그 과정 자체만으로 소중해집니다. 이는 과정 중심주의자가 될 수 있는데 우리는 자꾸 결과 중심주의자로 가고, 또 막상 목표를 달성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실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안 선생님은 그냥 시골의사도 아닌, 최연소 신경생리학 의사로 갈 수 있는 좋은 길을 포기했잖아요.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분야로 간 것은 안 선생님의 가치관을 위해 선택한 길이나 그래도 솔직히 천재죠? 나의 모든 것을 버려도, 나는 무엇을 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자신감?

안: 그렇진 않고요.

박: 본인을 천재라고 생각하십니까?

안: 결과만 보고 그러는 것 같아요. 저는 제가 가진 박사 학위를 삶의 흔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안연구소 CEO를 스스로 사임하고 경영 공부하러 외국으로 갔어요. 그 이유는 저 혼자 잘 먹고 잘사는 것에 더 이상 의미를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제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고통 받는 다른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을 도와주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경험만 가진 저로서는 경영 지식을 넓혀야 했어요.

사실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많았어요. 예를 들면 외국유명대학의 연구원 혹은 교환교수로 가는 방법이요. 하지만 그렇게 가기는 싫었어요. 살펴보니 그나마 학교 학생이 인생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더라고요. 제가 40대 중반에 토플 시험을 새로 보고 학생으로 들어가서 2년 동안 공부를 하고 왔는데요. 뒤돌아보면 2년 동안 읽었던 책, 공부한 양이 10년 걸릴 양이더라고요. 그런 뒤 학위가 제 이름 뒤에 붙었는데요. 제겐 박사 학위가 자랑하고자 하는 의미가 아닌 제가 인생을 열심히 살았던 삶의 흔적으로 여겨졌어요. 어떤 분은 결과만 보고 멋있어 보인다고 하겠지만, ‘고통이 없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구나’를 뼈저리게 느낀 사람으로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던 흔적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박: 그니깐 교과서만 열심히 공부했는데 수능 잘 봤다? 원래 제가 같이 있으면 굉장히 잘 놀립니다. 안 선생님을 제 아내보다 더 자주 만나요. 정말 징그럽게 봅니다. 제가 무척 짓궂어서 잘 놀리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안 선생님은 굉장히 노력하는 분입니다. 실은 처음부터 재미있는 것은 안 좋은 것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술, 도박, 마약 같은 것이죠. 그 외의 것들은 처음에 다 힘들지만 내가 잘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경험하고 갈고 닦았을 때 빛이 나죠. 그때 비로소 기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단계까지 가보고 ‘아~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여기서는 내가 빛을 발할 수 없구나’라고 깨닫는 겁니다. 내가 재미있는 단계까지 가보지 못 하고 조금 해보고 나서 힘들고 재미없으니까 적성에 안 맞는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비겁한 자기변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정래 선생님 책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
최선을 다했다는 이야기 함부로 하지 말라. 자기 자신을 감동시키는 순간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자격이 있다.” 가슴에 와 닿았어요. 그래서 ‘나는 내 자신을 감동시킨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생각해 봤어요.

제가 전에 빚을 많이 껴안은 적이 있어요. 빚을 갚기 위해 하루에 120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하지 않으면 빚을 한 푼도 갚을 수 없는 아주 절박한 상황이었어요. 남들이 안 해 본 모든 일을 그때 했는데, 하루 24시간 진료도 하고 왕진도 갔어요. 설날, 추석 포함해 365일 동안 24시간 진료를 했습니다. 둥근 달이 휘영청 떠있는 설날 밤에 제 병원만 문을 열었으니 환자가 미어터졌어요. 그리고 새벽에 다른 병원은 문을 닫아 우리 병원에 오는 환자를 보면서 참 감사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6개월 후에 환자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1년이 지나고 나서는 빚을 갚고 가정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어요.

남들은 저보고 말했죠. ‘병원의 신이다, 망해가는 병원을 인수해서 하루에 20명을 봤던 병원을 어떻게 하루에 1인당 600명을 보는가? 이럴 수가 있나?’ 몇몇 분은 환자가 오면 제 책상에 녹음기를 놓고 환자와의 대화 기술을 배우려 했고, 제가 진료하는 동안 뒤에서 관찰자로 앉아 있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그 분들과 저는 똑같거든요. 차이는 무엇입니까? 저는 제가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 순간은 노력할 만큼 나를 믿어주고 따라주고 나와 교감하는 환자가 늘어난다는 기쁨을 느꼈어요. 
 

익숙지 않은 것에 호의를 가져라


박:
 안 선생님이 의대 교수 그만두고, 바이러스 백신 한다고 하니깐 사모님이 찬성하셨습니까?

안: 참 고마운 것은 찬성도 안 했지만 반대도 안 했어요. 나중에 부모님이 말씀하시길 사실은 막고 싶었대요. 어느 부모님이 안 그러겠어요? 제가 그 전까지 불평 불만이 많지 않은 사람이었어요. 늘 저 나름대로 치열하게 고민해서 결론을 지은 후에 상의했기에 신뢰가 있으셨나 봐요. 부모님은 막고 싶었으나 제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해서 결론을 내렸겠는지 알기에 안쓰러웠대요. 반대하고 싶으셨으나 한번 놔둬보자고 하셨어요. 적극적인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으신 거죠. 그래서 고마웠어요.

저는 모진 사람이 아니라서 만약에 가족이 심하게 반대했다면 못 했을 겁니다. 그런 제게 기회를 주신 것이죠. 그 전에는 많은 사람이 제게 경영은 절대 하지 말라고 했어요. 제가 생각해봐도 저는 경영하면 안 될 것 같았고, 부모님 또한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모든 사람이 저한텐 경영자는 맞지 않다고 했는데 결국은 제가 스스로한테 기회를 준 거예요. 10년 후에 보니까 제가 다른 사람들만큼 경영에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즉, 제가 저한테 기회를 줘서 경영자로서의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던 것이에요. 만약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평생 모르고 살다가 죽었을 것 같아요. 그런 기회 주권은 저에게도 있었지만 가족에게도 있었죠.

박: 안 선생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저도 배울 것이 많이 있다고 느낍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내게 기회를 준다는 측면도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제 인생에 들었던 가장 인상적인 말이 니체의 말입니다. 니체의 말 중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호의, 새로운 것에 대한 선의를 가지면 그것은 내 것이 된다”예요. 이 말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우리는 익숙한 것, 편안한 것에 호의를 가지죠.

이것은 친구 만날 때도 마찬가지예요. 마음에 맞는 친구, 눈빛만 봐도 이해하는 친구만 만나죠. 그런데 그런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하면 서로 잘 알기 때문에 아무 생각이 없죠. 이와 달리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 긴장감이 있는 친구, 내 의견과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는 친구를 만나면 서로 신경이 곤두서죠. 설득해야 하거나 설득 당하지 않아야 하니 논점, 논거를 머릿속에 그리죠. 그만큼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머릿속에 생각이 있고 익숙한 사람을 만나면 아무 생각이 없어요. 익숙하지 않은 사람, 처음 만나는 사람은 말을 조심하게 하고 눈빛을 똑바로 보게 하고 행동을 바르게 하게 합니다. 새로운 땅에 가서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도 색다른 감흥이 있고 그것은 내게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안주해 있고 내가 있는 곳에서만 머물러 있다면 평생 그 안에서만 살게 됩니다. 내게 기회를 주지 못 하죠. 내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주변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안: 인식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카이스트에 있을 때 학생들에게 매 학기 준 과제가 있어요. 간단한 산수 문제인데, 그 문제를 푸는 데 3분의 시간을 줘요. 학생들이 열심히 푸는 것을 보다가 3분 지나면 그만 풀라고 하고 객관식으로 1번답을 얻은 학생들은 저쪽 코너에 있게 하고 2,3,4번 답도 그렇게 해요. 그런 다음에 다시 제가 검산을 해볼 시간을 줘요. 그땐 다른 학생들과 이야기하고 맞춰보는 것도 허용돼요. 학생들이 열심히 맞춰보는데, 참 신기한 현상이 있어요. 거의 대부분은 자신하고 같은 답을 낸 학생들끼리만 맞춰 봐요. 1번에서만 맞춰보고, 2번 3번... 그런데 한걸음 떨어져서 보면 당연하게 드는 생각이 있어요. 내 답이 맞는지, 틀린지를 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나와 다른 답을 가진 친구와 하나하나 단계별로 맞춰보는 것이에요. 어딘가 다르니깐 다른 답이 나오는 것이기에 내가 어디서 틀렸는지를 금방 알 수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전부 같은 답을 낸 학생을 찾아요. 즉, 사람은 원래 자기가 맞다는 증거만 수집하는 데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쓴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것이 사실은 자기만족은 될지언정 객관적일 순 없죠.

가끔 제게 사업계획서를 봐달라고 청년 기업가들이 와요. 저는 거짓말을 못 해서 보고 아니면 아니라고 말해요. 가지고 온 사업계획서를 보고 그 친구가 잘 되었음 하는 마음에 이러면 안 되고 이것도 안 된다며 말을 많이 해요. 그런데 나중에 제가 항상 후회를 해요. 이 친구들이 저한테 올 때는 사업계획서의 여러 가지 단점과 보완책을 제발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부탁하거든요. 자신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나중에 보면 그것이 아니더라고요. 그 친구의 원래 목적은 안심하고 희망을 얻으려는 것이에요. 자기 사업계획이 맞다는 것을 들으려고 왔는데 제가 틀리다고 마구 이야기를 하니까 엄청나게 실망하고 눈물까지 글썽이며 돌아가더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다 잘됐다고 하고 돌려보내면 그 친구를 사지로 모는 것이거든요. 제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이런 경험을 많이 했어요.

그런 두 가지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어요. 자기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자신이 맞다는 증거를 수집하고 틀린 답인데도 안심하고 안주하는 것이 사람의 본성인 것 같아요. 익숙한 것만 바라보는 것이죠. 그래서 박 원장님 말씀대로 정말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호의는 실제로 엄청난 자기 인식과 노력이 없으면 이뤄지기 힘들다 말하고 싶어요.   

동물원을 버리고 생태계로 가야 한다


박: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요. 많은 사람이 ‘나와 다르다’를 ‘나와 틀리다’로 혼동해서 사용하잖아요. 이는 ‘나와 다르다’를 ‘나와 틀리다’로 생각하는 것에서 파생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소위 사회적 배경이 다른 것도 포함되는 것 같아요. 여기 앉아 있는 분들의 고민도 여기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개인적인 부분에서 고민하고 문제를 풀어가죠. 사실 내가 고민에 빠져있다고 말하지만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환경이고 상황이라 이런 문제가 있을 수 있어요. 이러한 문제를 벗어내고 본질만 보면 뭔가 제일 상층부에 있는 이해당사자가 끝까지 이해의 사슬을 보충하면서 계속 사회 속에 자신의 논리를 강화하는 것에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경제적으로 보면 재벌, 대기업 문제지요. 소위 말하는 동물원 이야기도 있고요.

안: 제일 좋은 비유가 그거더라고요. 선진국의 기업들은 생태계를 만들어요. 자기 혼자만 잘 먹고 잘살며 모든 것의 피를 빨아들이는 그런 조직이 아니죠. 그 조직이 잘 되면서 주위 토양이 풍부해지고 이를 통해 창업이 많이 일어나요. 이런 환경 속에 대기업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받기 때문에 잘 돼요. 그것이 생테계잖아요. 그런데 그것이 아닌, 반대되는 개념이 동물원 같습니다. 동물원 안에 있는 대기업이 그 주위에 누가 잘못 걸어들어 오면 잡아서 동물원에 집어넣지요. 그러고 나서 가장 최소한의 먹이만 주면서 학대하고 이용해 먹는 것이지요. 그러다가 죽고 나면 다른 동물이 오기까지 기다렸다가 또 다시 집어넣어서 이용해 먹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나름대로 발전할 수 있는 방식 중에 하나겠죠.

문제는 요즘이 플랫폼 시대라는 것이에요. 옛날에는 휴대폰 하면 그거 하나였잖아요. 요즘은 스마트폰이 휴대폰 기능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것을 통해 소프트웨어 즉, 앱을 팔아서 먹고 사는 회사가 많이 생겼어요. 이제는 더 이상 휴대폰이 단일 전화기가 아니라 하나의 플랫폼이라는 것이죠. 다른 회사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먹고 살 수 있게 장소를 만들어 주는 터가 플랫폼이니까 플랫폼화라고 해요.

여기에는 어떠한 장점이 있어요. 비즈니스는 전투인데, 옛날에는 그 전투를 각각 개별회사들끼리 싸웠어요. 하지만 요즘은 연합군의 싸움이에요. 외국의 유명 회사들을 보면 한 회사가 플랫폼을 만들면 생태계가 생깁니다. 자신의 연합군이 생기는 것이죠. 자기 하나면 약한데 수천, 수만 명 연합군이 같이 싸워줘요. 그런 상황이기에 우리나라 대기업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혼자거든요. 연합군과 싸우면 이길 일이 없는 것이에요.

결국 동물원은 자기 발목을 잡고 동물원 주인들을 망하게 만드는 주범이 돼요. 제가 나름대로 동물원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에요. 이대로 가다가는 자멸하기 때문이죠. 즉, 기득권이 과보호되면 기득권에게 치명적인 독이 된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예가 로마의 멸망이죠. 로마가 망한 이유는 기득권의 과보호로 인해 기득권이 부패하고 양극화가 엄청나게 진행됐기 때문이에요. 역사는 반복돼요. 우리나라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망할 순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동물원 비유를 들면서까지 말했던 겁니다.  

일자리 부족, 그 본질적 원인은?


박:
 본인의 취업, 당면한 문제가 훨씬 크기 때문에 그 뒤에 있는 본질의 문제를 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죠. 사회구조가 심각한 것이 실제로 수치를 보면 작년에 회장, 주주를 제외하고 6촌, 8촌 포함해서 재벌 일가족이 1인당 천백 억의 재산을 가지고 있다고 나왔어요. 엄청난 것이죠. '극소수가 너무 많은 것을 차지하고 있는 이런 문제가 있다’라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죠?

안: 네, 일자리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죠. 대기업에서 만드는 일자리가 2백만 개를 넘지 못해요. 요즘은 대기업에서 신입 사원을 뽑아 교육하고 이들을 사회 일꾼으로 만드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아요. 대신 중소기업에서 없는 돈에 열심히 교육한 사람들을 경력직으로 빼와요. 이것은 일자리를 창출한 것이 아니에요. 대기업은 플러스 1이지만 중소기업은 마이너스 1이라서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오히려 일자리 창출에 하나도 기여를 안 했어요. 그리고 앞으로는 절대 일자리를 더 늘리지 못해요. 그 이유가 대기업도 글로벌 경쟁을 하다보면 경영효율을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 해외로 공장을 옮기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줄이지 않을 수 없으니 계속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거든요. 그러니 구조적으로 대기업은 일자리를 늘릴 수가 없습니다.

그럼 나머지는 어디일까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곳은 중소기업, 창업 아닐까요?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일자리를 늘리고 싶어도 대기업에서 이익을 다 가져가니까 새로 일자리를 늘리지 못 해요. 창업도 어려운 상황이지요. 우리나라는 창업자에게 모든 위험을 전가하는 구조예요. 한번 실패하면 다시는 기회를 안 주죠. 그러기 때문에 창업에 도전을 하지 않아요. 그런 상황이니 많은 사람이 대기업에 취직하고 싶어하죠. 그러나 대부분이 경력직을 뽑는 구조에서 그 문턱은 굉장히 높아요. 대부분의 사람은 대학교를 졸업해서 창업을 하든지 중소기업에서 제대로 대우받으며 일자리를 만들 수밖에 없는데 그런 것이 구조적으로 차단되어 있어요.


공정거래위원회의 독점고발권을 점검해라


박: 지금 말씀하시는 기득권 과보호가 스스로를 위협할 수 있고 전체를 불행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죠? 기득권이나 그 후계자들만 장악하는, 전체를 불행하게 유도하는 이 구조를 어떻게 깰 수 있습니까 ?

안: 현행법으로 할 수 있는 부분부터 먼저 접근하는 것이 옳은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거래가 일어나면 그것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신고를 받아요. 고발할 수 있는 제도가 있지요. 하지만 사실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요. 그 이유는 우선 피해자 한 사람이 고발을 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에요. 대부분의 범죄는 피해자가 고발해야 하잖아요.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거래에 관해서는 피해당사자들이 고발할 수 있는 권리가 없어요. 고발할 수 있는 권한은 공정거래위원회에만 있어요. 그런 구조인데, 고발을 안 해요. 독점고발권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로 극소수의 고발권 행사밖에 안 해요. 더 나쁜 것은 고발을 한 당사자가 누군지 알면 그 중소기업에 불이익이 돌아가서 망해요. 이 한 건의 사건을 보는 주위의 무수한 중소기업들은 절대 고발하지 않죠. 즉, 실제로 일어나는 불공정 거래에 비해 고발되는 건수는 적어요. 그러기 때문에 이런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고발하지 못 하는 이유를 밝히고 그들이 고발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신고를 받아놓고 왜 고발을 하지 않았는지 그 원인을 파악하고 독점고발권을 꼭 줘야 하는지도 알아봐야 합니다. 이렇게 이미 있는 법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나서 다른 방안들을 강구해야겠죠.

깨어있는 민중이 돼라

박: 제가 공정거래위원회의 독점고발권을 깨야 한다고 하니까 불온한 사상을 가졌다고 말하던데요.^^ 지금 대화가 조금 어려우니까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시겠지만, 그렇다면 여러분은 여러분의 진짜 문제를 모르는 겁니다. 어떤 사회적 현상이 일어납니다. 예를 들면 서브프라임 사태, 한진중공업 노조 사건이요. 이를 보고 우리 모두의 해석은 다를 것입니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최정점에 있는 최고이익수혜자가 의사결정을 하는데 경제연구소나 각종 전문가들이 최고이익수혜자의 이해논리를 만들어 줍니다. 이 사람들이 해석한 결과가 우리 의사의 1차 의사 해석이 됩니다. 이것이 매체를 통해 확대재생산되어 대중에게 뿌려집니다. 언론은 이해관계에 따라 의사해석을 받아들여 더 확대하는데, 이는 2차 해석자라 볼 수 있습니다.

대중은 이런 왜곡된 해석을 보게 되죠. 하지만 왜곡된 해석이 누적되면서 점차 곳곳에서 억울한 절규가 모아져서 결국은 대중의 분노가 폭발하게 됩니다. 과거 민주주의 질서가 구축되기 전엔 소위 '혁명'이 일어났지만 지금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대중의 생각이 모아집니다. 그런 상황이 확산되면 어느 순간 언론은 독자를 잃을 것 같은 불안 때문에 최정점에 있는 이해당사자와의 관계를 접고 갑자기 대중 편으로 서요. 마치 우리가 언제 그랬나는 듯. 대중에겐 주체로서 비판적 의식을 수평적으로 전달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민중은 항상 깨어있는 시민이 되어야 하며, 왜곡된 사실에 빠지지 않고 내 눈으로 뚜렷한 주관을 가지며 문제를 끝까지 봐야 합니다. Ahn


대학생기자 류하은 / 강남대 경영학과 
 
거거거중지(去去去中知),  행행행리각(行行行裏覺)
가고 가고 가는 중에 알게 되고, 행하고 행하고 또 행하면서 깨닫게 된다.
- 노자의  <도덕경> -
제 글이 조금이나마 당신이 가는 그 길에 빛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