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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人side/김홍선 前 CEO

CEO 특강, 스마트 시대 잡스만큼 지혜롭게 사는 법

얼마 전 안철수연구소 김홍선 대표가 '스마트 시대를 사는 지혜'라는 제목으로 숭실대에서 특강을 했다. 학교 정보과학관에서 가장 큰 강의실이었지만, 시작 전부터 앉을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몰렸다. 그 중 25명 정도는 IT 관련 학과가 아닌 인문 계열학과 소속이었다. 스마트 시대란, 단순한 IT 분야만의 이슈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핵심 키워드임을 보여주는 현상이었다. 특강은 우리가 살고 있는 '스마트 시대'를 함께 살펴보고, 그 속에서 갖추어야 할 '지혜'를 듣는 순으로 진행되었다. 다음은 주요 내용.  

"집에 수도꼭지가 얼마나 있는지 아십니까?"

'한지붕 세가족'은 우리가 자라던 세대의 애환을 잘 그린 드라마다. 그 시절에는 여러 세대가 하나의 수도꼭지를 의지해서 같이 살았다. 가끔 목욕탕에 가는 날에나 그나마 제대로 몸을 씻었다. 그렇지만 오늘날은 사람 당 2~3개, 그 이상의 수도꼭지를 사용하며 산다. 전화기도 마찬가지다. 한 가정에 하나의 전화기에 의지하며 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전화기를 사용하며 살아간다.  

시대에 따른 여객선의 크기 변화 또한 재밌는 사실을 알려준다. 
오래 전부터 여객선의 크기는 꾸준히 커졌다. 그런데 항공기의 등장으로 1940년대 크기 증가가 주춤한다. 항공기 이용은 증가하고 여객선의 이용은 감소한 것이다. 하지만 1990년대를 기점으로 여객선의 크기는 다시 급속도로 커진다삶이 여유로워져 크루즈 여객선이 등장했기 때문이다조선업과 관련된 기술은 크게 바뀐 것이 없는데 사람들의 패러다임이 변함으로 배라는 도구의 용도가 바뀌고, 결국 조선 산업에 큰 이익을 가져온 것이다.

 
이 외에도 오늘날 우리가 사는 시대를 보여주는 사례가 많다. 사실 '아이패드'의 경우 출시 전에는 스티브 잡스를 제외한 거의 모든 기업인들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9개월 만에 1천5백만 대가 팔려나갔다. 한편, 과거 IT와 관련된 소재로 흥행한 영화는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설립과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영화로 만든 '소셜네트워크'는 
흥행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골든 글로브 4개 부문을 수상가기까지 했다. 

얼마 전, 라스베이거스에서 있었던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참석했는데, 그 곳에서도 한류 열풍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 부스는 물론 일본, 중국, 대만 부스 모두 나오는 영상은 우리나라 가수 '소녀시대'였다. 또한 가수 '2NE1'은
미국에 한 번도 가지 않고 노래 '박수쳐'의 뮤직 비디오가 유튜브 상위권을 올랐으며, 결국 미국 진출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처럼 이 시대는 감히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도구들의 수와 용도뿐 아니라, 패러다임의 변화와 컨버전스, 그리고 크로스오버가 계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저는 신문을 구독하지 않습니다."


사실 인쇄술은 500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문자로 수많은 정보가 인터넷 상에 떠다닌다. 정보의 홍수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메일과 SNS의 발달로 인터넷 상에 잡담과 이야기가 많이 생겼는데, 우리는 이것으로 배우고, 정보를 교환한다. 본인은 집에서는 신문을 구독하지 않는다. 팔로잉하는 트위터들의 트윗으로도 정보 수집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믿을 만한 트위터들을 팔로잉하는 것만으로도 원하는 분야의 세계 곳곳의 소식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SNS가 신문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 일률적인 형태를 지닌 정보에 사용자가 접근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인터넷 상에 돌아다니는 많은 정보들 중 필요한 부분만을 찾아서 자신에게 직접 끌어올 수 있다.  

"부팅 시 등장하는 명령어들이 누군가에겐 스트레스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패드의 인기 비결은 사용하기 쉽고,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라는 것에 있다. PC가 친숙하지 않은 사용자에겐 부팅 시 등장하는 도스 명령어나, 부팅 후 시작 프로그램 가동으로 인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굉장한 스트레스일 수 있다. 또, 뭔가 해보려 하면 오류 메시지를 동반한 파란 화면이나 에러 메시지가 떠서 PC를 사용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패드는 부팅 시 도스 명령어가 없을 뿐더러, 아니다 싶으면 홈 버튼 하나로 언제든 초기화면으로 돌아올 수 있는 쉬운 시스템을 갖고 있다. 그리고 스마트폰의 발달은 기존 컴퓨터처럼 단순한 경량화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센서와 전/후 카메라, 그리고 터치스크린을 가진 디바이스의 하드웨어적 특성을 활용하여, 사용자가 오감을 사용할 수 있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단순히 기능이 많아지는 것이 아닌, 말 그대로 스마트한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로 사용자의 삶을 더 스마트하게 도울 것이다.

  

"안정적인 직업?, 부모님 말씀 듣지 마세요."


다음은 90년대 초 정보통신부문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대학 동기를 방문했을 때 나눈 대화 내용이다.

"뭐 해?"
"응, 앞으로는 사람이 전화기를 하나씩 들고 다닐 거야. 그런 전화기를 만들고 있어."
"에이, 그런 시대가 빨리 올까? 아직 먼 훗날 아니야?"
"글쎄, 나도 아직은 잘 모르겠어. 하지만 언젠가 되지 않겠어? 기술 개발은 가능한데, 문제는 보통 사람이 살 수 있을 만큼 단가가 떨어지는가이지."


당시 본인도 전자회사에 다니고 있었지만 휴대폰 시장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미래는 더 급속도로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부모님도 친구도 어느 누구도 어떤 직업이 안정적인지, 어느 분야가 유망한지 예측할 수 없다. IT 산업이 사회 전반을 뒤바꾼 것이다. 
  

"도전과 실패는 젊음의 과시입니다."


요즘은 학점이 다들 좋기 때문에 성적으로는 평가하지 않는다. 자격증도 마찬가지다. 그런 것보다는 그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4년을 보냈는지(Career)를 보는 편이다. 문제는 실제 실력이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을 뿐더러 내 삶을 살아줄 수 없기 때문에 자기 인생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는 Language, Communication, Culture 등이 중요해질 것이다. 참고로 새로운 IT 강국으로 떠오르는 인도가 우리나라보다 앞선 것이 영어(Language)이다. 컴퓨터를 공부하고 있다면 영어공부를 꼭 병행하기 바란다. 그리고 
인문학과 공학 기술을 둘 다 공부하는 사람은 성공할 확률이 높다. 두 분야 사이에서 Communication 역할을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 얘길 잠깐 하자면, 스티브 잡스는 대학을 중퇴하긴 했지만 원래 인문학을 전공했다. 어느 날 스티브 잡스는 청강으로 들었던 서체에 관한 수업에서 영감을 받아 컴퓨터에 폰트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하였다. 당시 컴퓨터 환경에는 하나로 정해진 폰트가 있었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에 반해 스티브 잡스는 변화를 시도했던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디자인 중심의 스티브 잡스의 경영은 애플의 모든 제품에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지금 우리의 경험은 하나도 버릴 게 없다. 아직 알 수 없지만 나중엔 높은 가치를 창조할 것이다.

도전과 실패는 젊음의 과시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감과 열정을 갖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스마트한 젊은이들이 되었으면 한다. Ahn

대학생기자 최태영 / 숭실대 컴퓨터학부

사진. 사내기자 송창민 / 안철수연구소 커뮤니케이션팀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