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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전문가 초대석

PD가 직접 밝힌 MBC스페셜 안철수 편 뒷얘기

딱 한 달 전인 1월 28일 안철수, 박경철, 김제동이 만난 ‘신년특집 MBC 스폐셜’이 방송됐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예상 이상으로 뜨거운 반향이 있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세 사람의 만남 자체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은 이 프로그램을 만든 이는 누구일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결과에 만족하는지 듣고 싶어졌다. 앳된 얼굴의 성기연 PD를 만나 진솔한 대답을 들어보았다.

- 방송이 끝난 후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는데요.

우선 MBC스페셜이 방송됐던 날 한국이 아시안컵 축구 3,4위전을 치루게 된 바람에 원래 준비했던 프로그램 시간보다 10분을 줄여야 했습니다. 이미 편집이 다 된 프로그램에서 10분을 줄이다 보니 내용 연결이 다소 부자연스럽고 갑자기 끝난 느낌이 들게 됐습니다. 또 2부로 하면 어땠겠느냐는 의견도 있었는데 2부작을 하려면 처음부터 그것을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야 합니다. 1부로 기획한 것을 갑자기 2부작으로 만들려면 당연히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다른 프로그램 스케줄도 문제가 생깁니다. 방송에 나오지 못한 좋은 내용이 너무 많아서 저도 아쉽네요.

- MBC스페셜이 방송된 후 언론에서는 안 교수가 한 말보다는 안 교수가 이효리를 모른다는 기사가 가장 많이 나왔다. 방송을 기획한 사람으로서 아쉽지 않았나요?

기사 내용을 떠나서 방송을 보신 분들의 반응이 좋아서 아쉽진 않았습니다. MBC스페셜 타블로 편 때도 이런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일부 인터넷 언론매체의 속성에 대해서는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저 역시 안철수 선생님이 모르는 연예인이 이효리씨 외에도 무척 많아서 놀랐습니다.(웃음)
- 인터뷰어로 김제동씨를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인터뷰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안철수, 박경철 선생님과 인터뷰를 한다는 것은 좀 부담스러운 일인 것 같아요. 만약 제가 이 두 분과 인터뷰를 하더라도 부담을 많이 가졌을 거예요. 하지만 김제동씨는 유명인뿐 아니라 일반인과도 대화를 잘 이끌어가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또 모 일간지에서 인터뷰 칼럼을 쓰고 있어서 경험도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김제동씨께 처음 이 제안을 드렸을 때는 당시 스케줄이 너무 바빠 거절했었습니다. 하지만 안철수, 박경철 선생님을 만나는 기회가 흔치 않은 기회이고 김제동씨 본인도 만나보고 싶었던 분들이었다며 나중에 어렵게 시간을 내어주셨고 같이 할 수 있었습니다. 

- 20대 청년들이 이 방송에서 가장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이야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프로그램에서 워낙 많은 주제의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에 딱 하나를 고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보다 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창의력을 가지세요’, ’리더십을 가지세요’ 류의 메시지 전달보다 우리 모두가 뭔가 “자극을 받길” 원했습니다. 실제로 제작 기간 동안 두 분을 촬영하고 돌아올 때마다 저희 제작진도 ‘자극 받았다’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이를테면 ‘저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너무 나태하게 사는 것 같다’, ’나는 너무 나만 생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 이런 자극을 받았습니다. 내가 느낀 자극이 시청자에게도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이번 방송에서 어떤 점을 부각하고 싶었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는지 궁금합니다. 취재를 기획하기 전과 방송을 내보낸 후 달라진 생각이 있는지도요. 

기존에 유사한 프로그램이 없었기 때문에 내용과 형식, 모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안교수님과 박원장님의 말씀을 듣겠다며 찾아간 방송이기는 했지만, (MBC스페셜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므로) 그렇다고 '시사매거진 2580'이나 뉴스처럼 인터뷰로만 진행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전에 두 분 다 ‘무릎팍도사’에 출연하셔서 각각 한 시간 동안 인생사를 얘기해주셨기 때문에 ‘MBC스페셜’만의 차별화가 필요했습니다.
저희는 인터뷰 당시 제작진이 질의응답을 미리 정하지 않은, 실제 현장에서 대화하듯 흐르는 방송을 만들고 싶었고 이것이 처음 컨셉을 잡을 때 가장 고심한 부분이에요. ‘무릎팍도사’만큼 재미있게 만들 자신은 처음부터 없었지만, 시청자도 ‘MBC스페셜’에는 ‘무릎팍도사’와는 다른 종류의 재미를 원할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렇게 프로그램의 방향을 잡고 진행하다보니 대기업 위주의 자본주의, 성장주의 경제 등의 심도 있는 대화도 나온 것 같아요.

늘 방송을 기획하기 전에는 고민하고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많죠. 방송을 보는 사람들의 기대치가 저마다 다른 것도 중요한 문제이고요. 이미 안교수님과 박원장님의 책을 다 읽어 보았을 정도로 기본 정보를 많이 갖고 있는 시청자도 있고, 이름은 들어봤지만 자세히는 모르는 사람도 많아요. 방송에 대한 시청자의 니즈(Needs)가 저마다 많이 다른 거죠. 두 분의 개인적인 배경 소개+대담을 다 담으려다보니 짧은 편성 시간 안에 다 보여드리지 못한 부분이 많습니다. 사실 방송 분량 외에도 김제동씨를 포함한 세 사람의 주옥 같은 대담이 더 많았는데 참 아쉬워요. 개인적으로도 너무너무. 

- PD님의 타블로 관련 방송을 흥미롭게 시청했습니다. 방송이 나간 뒤 일부 언론은 ‘네티즌을 마녀사냥으로 몰아갔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PD님의 신상이 털리기도 했고요. 논란이 되었던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PD로서의 사명감이라든가.

사명감이라고 하니 쑥스럽네요. 처음부터 일이 그렇게 커질 거라 예상했던 게 아니고 모든 게 방송을 만들다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거죠. 10월에 방영될 해당 방송을 앞두고 6월부터 취재 준비에 들어갔는데, 8월쯤부터 신상을 털리고 항의를 받았습니다. 사명감이란 표현은 잘 모르겠고 그보다 그렇게 겁나거나 무섭지는 않았다고 말씀드릴 수는 있을 것 같아요. ‘MBC스페셜’ 전에 ‘PD수첩’에 있으면서 원체 내성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 그래도 'PD수첩'은 검찰 관계자나 정부기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는 있었겠지만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적은 없었으니까 문제가 조금 다르긴 했죠.

최승호 PD는 이런 말씀을 해주시곤 했어요. “우리에게는 양쪽 의견을 얼마만큼 양적으로 공평하게 들어주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실이냐 아니냐가 중요하다.”라고요. "팩트(fact)의 편에 서려고 하면 된다‘" 말씀을 방송을 만들 때마다 생각합니다. 타블로 방송도 누구의 편에 서서 방송을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니라 팩트 그 자체를 다루기 위해 노력했어요. 방송 후 개인적으로 저를 비방하는 글들이 많아 조금 속상하긴 했죠. 다른 것보다도 가족이 인터넷을 보고 마음 아파할까 봐.

- 각 방송사마다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방송사의 성격과 각 프로그램의 PD 성향도 모두 다를 텐데요. MBC스페셜이 주로 다루는 분야, 접근법, 촬영상의 특징이나 사상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회사 분위기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원칙적으로 딱히 정해진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MBC는 휴먼 다큐 사랑이나 아마존, 아프리카, 북극 이야기가 있으니 자연 다큐나 휴먼 다큐 쪽이 강하다."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제 생각으로는 주제, 접근방법 등은 다 PD 성향에 달린 것 같아요. MBC스페셜도 굉장히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죠. ‘승가원의 천사들’이나 ‘모델’ 의 경우가 그렇고요. 자연 다큐를 잘하는 사람도 있고 시사 다큐를 잘하는 사람도 있듯 각 방송사 PD마다 각자 성향이 있기에, 같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어도 다양성이 생기는 것 같아요. 촬영법 같은 것도 방송사 별 스타일이 딱히 정해져 있지는 않죠. 오히려 서로의 방송을 모니터링하며 "와, KBS, SBS는 저렇게 하니까 참 괜찮더라." 하고 서로의 방송에서 많이 배우기도 합니다. Ahn

대학생기자 박미영 / 고려대 산업정보디자인과
언제나 가슴 속에 간직한 문구 "행복은 습관입니다^^"
습관이 모여 행동이 되고 행동이 모여 삶의 태도가 될 테니 늘 건강한 미소와 흔들림없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행복하고 싶다. '보안세상'에서의 활동이 인생에 행복을 쌓는 또 하나의 활력이 되길 기대한다.

대학생기자 김준일 / 국민대 신소재공학부
사진. 사내기자 황미경 / 안철수연구소 커뮤니케이션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