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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새봄 첫 날 읊조려보는 봄비를 노래한 시 두 편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귀에 익은 아나운서의 멘트였다. 지난 겨울을 돌아보면 정말 이렇게 추울 수도 있나 싶다. 한 겹, 두 겹, 세 겹씩 두꺼운 옷으로 몸을 감싸도 스며드는 차가운 바람은 야속하기만 했다.
이제 3월이다.
차갑고 외로웠던 겨울이 지나가고 봄으로 가는 길목에 들어선 것이다.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흩날리고, 가슴 속에서는 꿈이라는 단어가 뭉글뭉글 피어오르는 계절이 다가온 것이다. 몹시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끊임없이 우리를 놀라게 했던 지난 겨울의 추위가 점점 추억의 한 켠으로 옮겨가고 있다. 아직 푸르른 향기가 코를 두드리지는 않지만 길거리에서는 조금씩 조금씩 생명이 꿈틀대고 있다.
이맘때면 늘 기다려지는 것이 있다. 떠나보낸 연인의 그림자도 아니고, 따스한 어머니의 품도 아니지만 이것이 몹시 기다려진다. 이것으로 인해 겨우내 쌓였던 마음 속 한 덩어리가 녹아버리고, 다시금 새로운 다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 적 살던 집은 이것을 집 안에서 가까이 보고 들을 수 있었다. 집이 넒게 열린 형태로 지어졌기 때문인데, 가만히 이것을 보고 있노라면 많은 생각이 들곤 했다. 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멋진 나무 한 그루를 가슴 속에 심을 정도로 커져가곤 했다.

이것은 바로
봄비이다. 펑펑 쏟아지는 하얀 눈이 포근한 느낌이 든다면, 그 선명한 음색을 자랑하는 봄비는 모든 것을 씻겨주는 청명한 느낌을 선물해준다. 또한 봄비는 시작을 의미한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이 봄비를 좋아하고 봄비와 관련된 많은 시 또한 적지 않다. 새로운 출발선에서 다시 한번 힘을 내보자는 의미로 봄비와 관련된 시 두 편을 읊조려본다.
 

봄비 

용혜원

봄비가 내리면 
온통 그 비를 맞으며
하루 종일 걷고 싶다.

겨우내 움츠렸던 세상을
활짝 기재개 펴게 하는 
봄비

봄비가 내리면
세상 풍경이 달라지고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내 마음에도
흠뻑 봄비를 맞고 싶다.

내 마음속 간절한 소망을
꽃으로 피워내고 싶다.

 
봄비 

고정희

가슴 밑으로 흘러보낸 눈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
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
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
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
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
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
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
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
실개천 부풀리는 봄비는 이뻐라

오 그리운 이여
저 비 그치고 보름달 떠오르면
우리들 가슴속의 수문을 열자
봄비 찰랑대는 수문을 쏴 열고
꿈꾸는 들판으로 달려나가자
들에서 얼싸안고 아득히 흘러가자
그때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리
다만 둥그런 수평선 위에서
일월성신 숨결 같은 빛으로 떠오르자
Ahn
대학생기자 이종현 / 숭실대 컴퓨터학부
감성이 없었던 시절 유일하게 브라운 아이즈를 참 좋아했습니다. 
그런 브라운 아이즈의 2집 앨범명은 'Reason 4 Breathing?'이었습니다. 
지금도 10년이 지난 지금도 저 자신에게 'Reason 4 Breathing?'라고 외치며 하루 하루를 가슴 떨리게 살고 있고, 그 정답을 찾을 때까지 계속 가슴 떨리게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