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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人side/안철수 창업자

안철수가 말하는 나눔과 기부의 새로운 방법들

* 아래는 국학뉴스의 기사이며 기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합니다.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와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이 나눔의 오늘과 내일을 논했다. 아름다운재단 창립 10주년 기념 컨퍼런스의 마지막 연사로 나선 두 사람이 대한민국에서의 나눔, 그 현재와 미래에 대해 서로 질문과 대답을 주고 받았다. 보통 사람들의 힘으로 새롭게 창조되는 나눔,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나눔, 더 혁신적인 도구와 아이디어로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는 나눔에 대해 토론했다. (아래는 두 사람의 대담 원문)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 (이하 박)
어린시절 굉장히 어렵게 자랐습니다. 그 시절에는 모두가 힘들었지만, 마음이 넉넉했지요. 그 때는 그 누구도 나눔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안 교수님 말씀처럼 지금 나눔이 화두가 되는 이유가 무엇이고 그 당위성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 (이하 안) 
최근까지 베스트셀러 책의 리스트를 보면 이 시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베스트셀러가 되기 힘든 종류의 책이 요즘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정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거죠. 이어서 베스트셀러가 된 조정래 선생님의 「허수아비 춤」역시 한 맥락이라고 봅니다. 작년 개봉된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대통령을 보면 한 사람의 국민을 살리기 위해 대통령이 자신의 신장을 기증해줍니다. 그런 대통령이 나옵니다. 요즘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대물'을 보시면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하는 국회의원이 나옵니다.

책 속에서의 정의, 대통령, 국회의원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현실에서 우리가 너무나 갈망하는, 이상적인 모습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가 꿈꾸는 이상과 정반대인 것을 보면서 상실감, 좌절감을 느끼지만 또 한 편으로는 끊임없이 갈구한다는 거죠. 지금 우리가 기부를 갈망하고 화두가 된다는 것은, 모두가 기부가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표현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강연을 다닐 때 박경철 원장님이 '컴플렉스 표현'에 대해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는데요,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지 않을까요?     

(좌)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 (우)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

박 // 우리가 내세우는 구호는 그 사람이든 지식이든 사회든, 그 주체가 가진 컴플렉스의 표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29만원 밖에 없으시다는 헐벗고 굶주리신 전직 대통령이 계십니다. 그 분을 생각하면 참, 가슴이 미어지는데(웃음) 그 분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정권을 잡았을 때 내세운 구호가 '정의 사회 구현'이었습니다. 내게 가장 절박하고 남들이 내게 가장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을 사람은 구호로 앞세우죠. 그래서 저는 회사나 학교같은 곳에 가면 가장 먼저 그 단체의 사훈, 교훈을 봅니다. 대게 그 조직이 내세우는 구호를 보면 그 조직에 가장 부족한 부분이 담겨있죠. 그런 측면에서 안 교수님 말씀대로, 요즘 사람들이 '정의', '나눔'을 계속해서 말하고 관심갖고 있다는 것은 지금 이 시대에 '정의'와 '나눔'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안 교수님께서 예상 밖의 질문을 주셔서 갑자기 제가 꼬였습니다(웃음)

오늘날 '나눔'이 화두가 된 것은 '나눔'이 부족하기 때문


오늘 컨퍼런스 대담 준비차 이틀 전 안 교수님과 말씀을 나누면서 곤혹스러웠던 것이 있었습니다. 무엇인가 하면 우리 나라가 오늘날까지 성장해오면서 우리에 앞서서 달리고 있는 선두주자들을 따라잡기 위해서 맹목적으로 그들을 따라하고 급히 뛰었던 시절이 있었죠. 그 때는 같이 뛰다가 넘어지면 일으킬 사이도 없이 짓밟고 넘어가고 앞 사람이 가로 막으면 밀고 지나가고 옆 사람이 쓰러져도 손 잡아주기보다는 그저 내 갈길을 바삐 갔었죠.
그렇게 지금까지 왔습니다. 이만큼 왔다면 쓰러졌을 때 잡아주지 않아 뒤로 밀린 이들을 기다려주거나 뒤로 손을 내밀어 '이제 같이 가자'고 말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도 우리는 끊임없이 더 앞으로 더 빨리 뛰어야 된다, 뒤처진 이들을 데리고 갈 사이가 어디 있느냐는 왜곡된 논리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이 부분을 안 교수님과 서로 많은 이야기를 해왔는데요, 지금부터는 앞으로 나눔이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나눔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이 되었다면 단순히 특정 개인이 기부금을 내는 것이 나눔인가? 다른 형태의 나눔은 없는가? 등을 질문해봅니다. 이 자리에는 나눔의 다양한 형태를 저보다 훨씬 더 많이 고민해온 분들이 모였으리라 봅니다. 지금까지 관심을 갖고 찾아오신 새로운 형태의 나눔에 대해서 안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안 // 제가 아름다운재단 이사가 되면서 다양한 나눔을 만나는 좋은 기회가 많았습니다. 특히 제가 IT, 창업 쪽에 관심이 많아서 IT, 창업과 나눔이 연관된 외국의 사례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나눔의 모델이 될 만한 IT 단체들입니다.     

▲ kiva.org / 돈이 필요한 이들과 돈을 빌려줌으로써 기부하고자 하는 이들을 연결시켜주는 사이트. 돈을 빌린 이들이 자립에 성공하여 돈을 갚는 경우가 98.9%에 달한다고 안철수 교수는 전했다.

<KIVA.ORG 시민단체> 한국의 미소 금융 같은 곳입니다. 미소 금융과 다른 점이 있다면 돈을 빌리기를 원하는 기업가, 학자금이 필요한 학생을 돈을 빌려주고자 하는 일반 시민을 연결시켜주는 인터넷 사이트입니다. 보시다시피 세계 각지에서 사업을 위해 돈이 필요한 사람, 학교를 마치기 위해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키바 사이트에 올린다. 그러면 또한 세계 각지에 흩어져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돈을 빌려주고 싶은 사람을 선택, 대출을 해줍니다. 조건은 무이자입니다.

키바는 개설된 지 5년이 되었는데, 현재까지 대출해 준 금액이 2,000억 원에 달합니다. 그리고 이 사이트의 특이한 점은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돈을 빌려준 사람은 돈을 빌린 사람으로부터 그 금액을 돌려받습니다. 돈을 빌려줬으니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그냥 지나칠 수 있겠지만 여기에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기부에 있어서 이처럼 정확하고 확실한 피드백은, 반응은 없습니다. 내가 돈을 돌려받는다는 것은 내가 도움을 준 사람이 자기 발로 일어섰다는 굉장히 좋은 표시입니다. 그래서 돈을 돌려 받고는 또 다른 이에게 돈을 빌려주게 됩니다. 이런 선순환이 지속되고 있죠. 1달러의 돈을 빌려준다고 보면 8달러의 가치가 만들어진다는 발표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돈을 빌려준 이들 중 98.9%가 돈을 돌려받습니다.

이 선순환이 지속되면서 키바는 요즘 야심찬 목표를 하나 세웠다고 합니다. 5년 후, 2015년에는 중소기업과 학생들에게 1조 원을 대출해주겠다는 목표입니다. 제가 볼 때 이 목표는 이루어지리라 봅니다. 한국에도 이런 성공적인 사업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 // 이 단체의 사업전략에는 아주 다양한 것이 정교하게 조합되어 있다고 봅니다. 대상을 선정해서 그 대상이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전문가 집단이 뒷받침 되어 '승수효과'를 누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승수 효과란 100만원을 써버리면 그만이지만, 이 100만원이 은행을 통해서 대출이 되고 갚아지고, 또 다른 이에게 대출이 되고 갚아지고 하다보면 100만원이 1,000만원, 1억의 효과를 낸다는 경제 용어입니다. 내가 가진 가치, 돈을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에게 기회비용을 기부했다는 측면에서 단순히 결과만을 보는 기부가 아니라 수혜자 스스로 해냈다는 자신감, 밝은 미래까지 기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형태의 기부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전문가 집단의 뒷받침이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안 // 그렇습니다. 보기에는 그냥 웹사이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각 지역별 하부 시민 단체들이 활발히 활동하며 돈을 받은 이들에게 교육도 시키고 컨설팅도 해줍니다. 키바 사이트의 한 달 방문자 수가 1,500만 명으로 적십자 홈페이지보다 훨씬 많다고 합니다. 그리소 6일마다 11억씩 모금이 되고 있습니다.     

▲ 버스데이위시 / 생일을 맞은 주인공이 지인들에게 자신에게 선물을 주는 대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를 권하는 사이트. 

또 다른 사이트는 '버스데이위시(Brithday Wish)'라는 사이트 입니다. 이 사이트는 생일날 소원을 들어주는 곳인데요, 생일을 맞은 주인공이 선물을 주려는 지인들에게 페이스북을 통해 나에게 선물을 주는 대신 기부를 해달라고 알리고 기부에 동참하게 하는 사이트입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올해 8월 자신의 64번 째 생일을 맞아 주변인들에게 이 사이트를 소개하며 자신에게 선물을 주는 대신 기부를 해달라고 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작년 한 해에만 55억 원이 모였다고 합니다. 

박 //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의 미래, 기부의 새로운 방향일수도 있겠네요. 내 생일을 통해 주변인들에게 기부를 권함으로써 나 스스로가 기부의 매개체가 될 수 있기도 하고.

안 //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싸이월드가 그 힘을 잘 발휘 못하고 있습니다만, 해외에서는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의 힘이 매우 강력합니다. 앞으로의 사회는 소셜네트워크로 인해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부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소개드리고자 하는 회사는 '징가(Zynga)'라는 게임 개발 업체입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됩니다만, 요즘 실리콘벨리에서 구글, 페이스북과 함께 가장 뜨고 있는 3대 회사 중 하나입니다. 창업된지 3년된 회사인데 매출이 1조 원입니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게임회사인 엔씨소프트의 매출이 5,000억 원에 못 미칩니다. 징가의 가장 대표적인 게임이 '팜 빌리(Farm Ville)'라고 합니다. 온라인 가상공간에서 자신만의 농장을 꾸리는 인터넷 게임인데요, 농장을 꾸리기 위해 누리꾼들이 씨앗을 구매하는 돈의 50%를 모아 아이티에 학교를 세우는 기부행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 이틀만에 5억 5천 만원이 모금이 되어 아이티에 학교도 세우고 있고 기업 이미지도 아주 좋아졌습니다. 마치 비행기 표를 살 때 비행기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만큼 나무를 심는 활동에 돈을 기부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키바 대표 "나눔의 3대 포인트는 소셜, 펀, 모바일"


미래의 경향은 세 가지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급변하는 환경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나눔 운동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겁니다. 제일 먼저 소개드렸던 키바의 대표가 말하기를 "미래 나눔 운동에 있어 세가지 포인트가 있다. 소셜(Social), 펀(Fun), 모바일(Mobile)이다."라고 했습니다. 소셜(Social)을 통해서 지인들과 함께 동참하고 기부자와 수혜자가 소셜네트워크로 직접적인 관계도 맺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참여도도 더 높아지겠죠. 키바는 기부 활동에 젊은이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펀(Fun), 게임적인 요소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과정이 주는 즐거움을 공유하자는 겁니다. 등산을 할 때도 정상에 있는 시간보다 산을 오르고 내리는 시간이 훨씬 길듯이, 인생도 목적달성이 아니라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적을 이루는 과정을 즐기지 못하면 그 얼마나 불행한 인생입니까. 오늘날 우리나라를 보더라도 정말 잘살게 되었고 발전했지만 끝없이 높아지는 자살율을 보면 과정에 대해 의미부여를 하거나 즐기기보다는 결과만을 맹목적으로 좇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펀, 즐거움이 나눔에도 도입되어야 합니다. 다음은 모바일(Mobile)인데요, 앞으로는 모바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기부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둘째 경향은 시민 단체에도 경영이라는 개념이 도입된다는 것입니다. 회사와 시민단체가 가진 공통점은, 둘 다 부족한 자원을 활용해서 최대한의 결과를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외국 유명 MBA를 졸업한 학생들도 요즘 NGO 등에서도 점점 많이 활동하고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죠. NGO에도 경영의 개념이 도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 경향은 소셜 벤처 기업의 등장입니다. 소셜 벤처 기업은 NGO와 기업의 중간에 위치한 개념입니다. 소셜 벤처 기업을 운영하는 이들을 만나보면 많이 하는 이야기가 '소셜 벤처는 사회를 위해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왜 정부는 지원을 해주지 않는가'입니다. 저는 반대로 생각합니다. 소셜 벤처와 NGO가 다른 것은 회사라는 것입니다. 소셜 벤처에 왜 지원이 없냐고 하는 분들은 회사를 접고 NGO를 해야 합니다. 개념의 혼동이 없어야 될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윤을 추구하면서도 사회적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소셜 벤처 기업들이 많이 나오리라고 봅니다. IT를 하나의 수단으로 잘 활용해서 혁신적인 나눔, 기부 문화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한 편으로는 NGO와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될 것입니다. 말씀을 드리다보니 강의처럼 되어버렸네요(웃음)

미래 나눔 운동은 혁신적 아이디어, 경영, 소셜벤처가 중심 될 것


박 // 안 교수님 무대 뒤에서는 5분도 할 말이 없다고 하시더니…(웃음). 평소에 고민을 많이하면 언제든 풀어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 질문을 드리자면 조금 민감한 질문일수도 있습니다만, 정부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모두가 함께 가자는 큰 정부, 효율성을 강조하는 작은 정부가 있습니다. 정부라는 것은 '우리'라는 것을 지키는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작은 정부를 지향할 때 민간의 역할과 큰 정부를 지향할 때 민간의 역할이 다르리라 봅니다.

안 // 큰 정부, 작은 정부라고 이야기들 하시지만 다 똑같다고 봅니다. 큰 정부는 세금을 많이 걷어서 정부가 사회 전반에 걸친 많은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반면 작은 정부는 세금을 적게 냄으로써 여력이 생기는 개인, 단체가 정부의 역할을 하도록 해서 민간과 정부가 함께 굴러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그래서 작은 정부는 시민단체를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됩니다. 작은 정부에게 포용력은 필수적인 덕목이죠. 그런데 막상 현실에서는 그것이 잘 되는 것 같지 않아서 안타깝습니다. 큰 정부, 작은 정부가 단순 구호에서 끝나지 않고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본질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 안 교수님과 저는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요, 우리는 기부와 나눔에 있어서 개인의 역할만을 너무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일례로 김밥 할머니 몇 억 기부에 놀라워하고 감동받으면 '그래도 우리 사회는 살만하다'고 말하는 이면에 어쩌면 내가 다하지 못한 의무를 대신했다고 위로받는 것은 아닌가 자문해봅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감세논쟁에 대해 내가 속한 단체가 감세를 받으면 박수치고 좋아하면서 ARS 한 통 2천 원으로 나의 의무를 다했다고 여기는 모순을 보게 됩니다.

'납세와 같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의 의무는 기본적으로 다 한 뒤 나눔을 해야 하지 않는가'라는 이야기를 안 교수님과 나눴었는데 그 때보다 훨씬 완곡하게 말씀하시는 군요(웃음)

기부의 형태라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다 보니 돈을 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부의 종류와 방식, 형태에 대해서 우리는 너무 좁게 생각하지 않나요?

안 // 네, 외국 시골 작은 학교에 갔을 때 정부의 장관이 와서 강연을 했습니다. 우연한 이벤트가 아니라 빈번하게 하는 행사였습니다. 한 나라의 장관이라면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시간이라고 보는데요, 장관의 시간을 대학의 학생들에게 할애하는 기부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라는 것을 '기부'라는 마음 없이는 힘들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정말 시간 기부가 돈 기부보다 더 큰 마음을 낸 것이 아니겠는가 생각했죠. 단순히 돈만 내고 마음 편하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시간, 재능을 나누는 것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봅니다.

박 // 기부가 대중화되지 못하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재벌이 수천억 원을 기부하는 것도 좋지만, 대학생들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주며 그 아이들의 미래를 꿈꾸게 도와주는 것도 정말 값진 것인데, 실상 주목을 받는 것은 '거액'을 기부한 이들이라는 것입니다.

시간이 거의 다 되었는데요,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전통적 기부와 미래의 기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미래의 기부는 모든 이가 기부자이자 수혜자로 함께 성장, 발전하는 형태


안 //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기부가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에게 나눠주는 개념이었다면, 미래의 기부는 모든 이가 참여하고 사회 모든 단체들이 서로 협력하고 정부는 이 단체들을 조율하는 형태라고 봅니다. 또한 단순히 돈 기부를 넘어 시간, 재능을 기부하는 다양한 형대로 확대되리라 기대합니다.

박 // 앞으로는 단순히 기부자가 수혜자에게 주기만 하는 형태를 넘어서 기부라는 행위를 통해 기부자와 수혜자가 모두 성장, 발전하는 형태를 기대해봅니다. 감사합니다. 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