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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라이프/IT트렌드

오래된 미래 RFID, 유비쿼터스 시대 적자 되나

직장인 A씨의 퇴근길은 조금 특별하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진입하자 A씨의 주차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엘리베이터가 자동으로 작동한다. 주차를 마친 A씨가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자동으로 A씨가 사는 6층으로 움직인다. 현관문 역시 간단한 리모콘 조작으로 열린다. 먼 미래의 이야기 같지만 이미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는 이러한 '원패스 시스템'을 활용한다.

이러한 '원패스 시스템’은 바로 RFID(Radio-Frequency IDentification) 기술 덕에 가능하다. RFID는 기존의 바코드처럼 RFID 태그가 부착된 대상의 정보를 제공한다. 빛을 이용하는 바코드와 달리, RFID는 무선 전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거리가 멀거나 장애물이 있어도 인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RFID 시스템은 용도에 따라 다양한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데, 주파수 대역이 높을수록 인식 거리도 높다.

RFID 시스템은 태그, 안테나, 리더, 호스트로 구성된다. 태그는 정보가 저장된 IC칩과 안테나를 포함하고 있다. 이 안테나에서 전송된 정보를 읽어들이는 기계가 리더이며, 여러 대의 리더에서 읽어들인 데이터를 처리하는 장치가 호스트이다.

      

잃어버린 강아지 찾아주고, 짝퉁 잡아내고


RFID 기술은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교통카드나 하이패스, 대형 할인마트의 도난방지 시스템이 가장 대표적인 RFID 기술이다. RFID는 개발 초기의 목적이었던 재고 관리, 물류 분야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가장 도입이 활발한 곳은 공공 분야다. 2008년 1월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각 지자체는 반려동물 등록제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반려견의 몸에 주인의 정보가 입력된 RFID칩을 주입하거나, 전자목걸이 착용을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환경부는 2012년부터 RFID 태그가 부착된 용기를 사용한 음식쓰레기 종량제를 전국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올 10월부터 RFID 태그로 승용차 요일제 참여 여부를 확인하고, 요일제 준수자에게 다양한 인센티브(우선 주차권, 통행료 감면, 스포츠 관람료 할인 등)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부산시는 작년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미아 방지 RFID 팔찌가 큰 호응을 얻음에 따라, 올해 휴가철에도 팔찌를 무료로 대여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와 인천시는 장애인 주차 공간에 주차하는 '얌체족'을 막기 위해 올 12월부터 RFID 기술을 활용한 장애인 전용 주차관리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조달청의 물품 관리, 서울시 공공 자전거 시범 사업에서도 RFID 기술을 활용한다.

기업 역시 RFID 도입에 적극적이다. 한 대형 할인마트는 쇼핑 카트에 RFID 태그를 부착하여 고객의 동선, 구매액, 방문율, 좋아하는 품목 등을 파악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보들이 누적되면 고객이 많이 몰리는 곳은 매대 간의 간격을 넓게 하거나, 쇼핑 도우미가 고객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 주는 것도 가능해진다.


최근 RFID 시스템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은 일도 있었다. 천안함 침몰 당시 일각에서는 RFID 구명조끼가 있었다면 실종 장병 수색에 큰 도움이 되었으리라는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다. 해군은 올해 초 해양경찰청이 개발한 RFID 구명 조끼 도입을 검토했으나 예산 문제로 도입을 하지 않은 바 있다. RFID 구명 조끼에는 조난자가 조난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송신기가 부착되어 있다. 수신 시스템은 조난자의 인적사항, 위치를 파악하여 가장 가까이에 있는 배를 출동시킬 수 있다.


늘어나는 아동 성범죄와 관련해서도 RFID 기술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국내의 한 경비업체는 학교에 RFID 안테나를 설치하여 성범죄자가 착용한 전자 발찌에서 나오는 신호를 감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신호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경보음을 울리고 위치 정보가 경찰이나 경비업체에 전송된다. 현행 법률로 인해 실제로 도입되지는 않았지만 RFID 기술이 범죄 예방에도 이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모바일 RFID도 상용화 눈 앞에


RFID 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러나 사실 RFID 기술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이 자국 전투기 식별을 위해 최초로 도입하였다. 이후 가축 관리, 철도 분야에 사용되다가 1980년대 이후 바코드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다. 10여 년 전 월마트가 바코드 대신 RFID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하며 잠시 주목받았으나, 기술적 문제와 높은 가격 때문에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

그러나 인식거리, 인식률 등이 크게 개선되고 RFID 칩 가격이 낮아지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유비쿼터스 시대를 이끌 핵심 기술로 대접받기 시작했다. 세계 시장은 연 평균 30%, 국내 시장은 연 평균 45%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RFID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 산학연구팀이 기존 대비 20%의 비용으로 RFID 태그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국산 RFID 기술이 잇따라 국제표준(ISO)으로 채택되는 등 한국의 RFID 기술은 경쟁력이 매우 높다.

▲ 병원에서 팔찌형 RFID 태그와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리더기를 사용해 환자 정보를 관리하는 모습. 향후 모바일 RFID가 본격화하면 이 같은 리더기조차 필요 없어질 것이다.   

스마트폰과 RFID가 결합된 '모바일 RFID'는 향후 스마트폰 시장의 태풍의 눈이 될 전망이다. 아이폰 4G의 출시를 앞두고 RFID 기술이 적용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으나, 현재까지 RFID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폰은 없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컨소시엄이 세계 최초로 USIM 카드 안에 RFID 리더를 장착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기 때문에, 모바일 RFID가 빠르면 올 하반기에 상용화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소비자가 RFID에 담긴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매장에 구비된 리더기를 사용해야 했다. 그러나 모바일 RFID 기술이 상용화하면 누구나 정품 여부, 유통 이력, 사용 방법 등의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그 자리에서 결제까지 할 수 있다.

보안과 사생활 보호 문제 해결해야

 
RFID가 우리에게 장밋빛 미래만을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RFID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보안과 사생활 보호 문제다. RFID는 비용과 무선환경의 제약으로 인해 높은 수준의 보안이 어렵다. 따라서 불법 데이터 수집, 서비스 거부 공격(DoS) 등의 위협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RFID가 개인 성향 파악이나 위치 추적에 오남용될 가능성도 있어 RFID를 동물이나 사물이 아닌, 사람에 적용하는 문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실례로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브리탄 초등학교(Brittan Elementary)는 학업 평가와 교내 안전 강화 목적으로 7, 8학년 학생들에게 전자배지를 지급했다. 그러나 학부모와 시민들은 전자배지에 대해 비인간적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결국 캘리포니아주 의회 상원 법사위는 신분증에 RFID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 브리탄 초등학교 학생들이 실제로 착용했던 전자배지 (출처 ABC NEWS)

국내의 경우, 아직 RFID의 특성에 맞는 제도적 기반이 미흡하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무선인식(RFID) 프라이버시 보호 가이드라인'이 2007년 이후 개정이 되지 않아 시대에 뒤쳐지고 있다. 현행 가이드라인에는 정보 수집자와 이용자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모바일 RFID 시대에는 정보 수집자와 이용자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RFID를 악용한 사생활 침해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또한 분야에 따라 RFID 정보의 취급 기준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 역시 RFID 태그가 부착된 제품의 경우, RFID 태그가 부착되어 있다는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리고 수집된 정보를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Ahn

대학생기자 양정민 /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