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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컬처리뷰

설득하는 디자인, '넛지 디자인'

 

 설득하는 디자인, '넛지 디자인'

  스치듯 지나가는 이야기로 판도라 신화를 들어본 적 있는가. 판도라 신화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이야기다. 간단한 이야기 내용은 이렇다. ‘판도라’가 남편이 절대 열지 말라는 ‘항아리’를 열어 그 안에 담긴 죽음과 병, 질투와 증오 등 수많은 해악이 한꺼번에 튀어나와 인간 세상에 흩어지게 된다. 이 신화에서 우리는 인간이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 하는 청개구리 심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재미난 실험을 했다. 아무리 경고문을 붙이고 CCTV를 설치해도 쓰레기가 늘 쌓이는 담벼락이 있었다. 그러나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놀라운 변화를 이뤘다. CCTV나 경고문 대신, 담벼락에 화단을 만들어 꽃을 심은 것이다. 저녁 몰래 쓰레기를 버리러 왔던 사람들은 화단을 보고 쓰레기를 다시 가지고 들어간다. 이러한 사람들의 아이러니한 행동을 넛지효과(nudge effect)라 한다.

   ‘넛지(Nudge)’란 우리말로 ‘팔꿈치로 꾹 찌르다’라는 뜻이다. 이는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타인의 선택을 유도한다는 의미로 미국의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이 자신들의 저서 ‘넛지’ 에서 처음으로 소개해 알려졌다. 강제적인 규제나 감시 대신, 자연스러운 참여를 유도해 긍정적인 변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넛지 효과는 이미 하나의 실험적 대안으로 많은 기관들에 의해 시도 되고 있고, 이러한 힘은 디자인에도 접목되고 있다. 디자인이 가질 수 있는 시각적 효과를 활용해 ‘넛지디자인’이 생활 곳곳에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출처 : 국제야생동물기금(http://wwf.panda.org/)

  넛지 디자인은 주로 기관이나 단체에서 공익을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위 사진은 넛지 디자인으로 가장 잘 알려진 사진이다. 하얀색 휴지케이스에 숲이 울창해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이 위치한 남아메리카 대륙이 새겨져 있다. 첫 번째 사진은 대륙이 초록색 휴지로 가득 채워져 삼림을 연상할 수 있다. 그러나 휴지를 한 장한 장 뽑아 쓸때마다 검정색으로 물들어 간다. 초록색이 점점 검은색으로 물들면서 마치 숲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출처 : NRDC홈페이지(http://www.nrdc.org/)

다음으로 소개할 넛지 디자인은 미국천연자연협회에서 제작한 정수기다. 정수기를 쓸 때마다 점점 물이 줄어들어 물이 부족한 지구를 연상할 수 있다.


▲출처 : http://www.thefuntheory.com/

스웨덴 스톡홀롬 오덴플랜역이다. 왼쪽 사진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역 출구의 계단은 이용하지 않고 편안한 에스컬레이터만을 이용한다. 하지만 오른쪽 사진처럼 계단을 피아노 건반 모양으로 바꾸니 변화가 생겼다. 계단을 밟으면 피아노 소리가 나도록 바꾸니, 사람들이 하나둘 계단을 이용하기 시작한다

▲출처 : http://www.cnn.com/

평범한 스위치 위에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 그림을 붙여 스위치 이용 시 에너지절약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출처 : http://www.7760.org/time-switch

스위치를 켤 때부터 타이머가 시작되면서, 자신이 얼마나 전기를 썼는지 시각적으로 알게 해준다.


▲출처 : http://www.7760.org/time-switch

암스테르담 공항의 남자 화장실 소변기에는 가짜 파리 한 마리가 붙여 있다. 이렇게 가짜 파리가 소변기에 붙여진 후 소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이 80%나 줄었다고 한다.

이렇게 이미 우리주변에서는 다양하게 넛지디자인이 활용되고 있다. 위에서 소개한 사례 말고 또 어떤 숨겨진 흥미로운 사례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대학생기자 주윤지 /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신문방송학과

내가바른 곳에 발을 들였음을 확신하라. 그리고 꿋꿋이 버텨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