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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서평

쓸쓸한 가을에 읽기 좋은 잔잔한 위로를 건네는 소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쓸쓸해진 날씨만큼 추워진 가슴을 채워주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고른 책이 신경숙 작가의 '어디선가 전화벨이 울리고'이다. 예전에 '엄마를 부탁해'를 감명깊게 읽은 후 작가 이름만 보고 고른 책이다. 꾸준한 베스트셀러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책인데 알고보니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나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출처: 다음 책>

제목이 쓰다 만 문장 같은 느낌이 들어 무엇인가 여운을 남긴다. 책을 읽고 나면 제목이 주는 여운을 좀더 진하게 느낄 수 있다.


프롤로그... 내.가.그.쪽.으.로.갈.까
1. 이별
2. 물을 건너는 사람
3. 우.리.는.숨.을.쉰.다
4. 소금호수로 가는 길
5. 함께 길을 갔네
6. 빈집
7. 계단 밑의 방
8. 작은 배 한 척이...
9. 모르는 사람 백 명을 껴안고 나면
10. 우리가 불 속에서
에필로그... 내.가.그.쪽.으.로.갈.게
작가의 말

 

'내.가.그.쪽.으.로.갈.까', 어느 날 걸려온 전화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책은 연인과 가족과 사제 간의 이야기다. 시간 배경은 80년대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던 시기로 주인공인 '정윤'은 대학생이었다. 정윤의 친구들로 명서, 윤미루, 단이, 그리고 윤교수가 등장한다. 80년대는 내가 살았던 시대가 아닌데도, 그 시대의 일들을 자세히 묘사하지 않았는데도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그 안에 살고 있는 느낌이 든다.


걷는 일은 스쳐간 생각을 불러오고 지금 존재하고 있는 것들을 바라보게 했다. 오늘을 잊지 말자. 살아 있으라. 마지막 한 모금의 숨이 남아 있는 그 순간까지 이 세계 속에서 사랑하고 투쟁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며 살아 있으라.


주인공 '윤이'는 윤교수의 수업에서 '미루'와 '명서'를 만난다. 각자 아픔을 가지고 있는 이 셋은 곧 서로를 진심으로 위로해줄 수 있는 소중한 친구가 된다. 그리고 함께 시위에 참여하면서, 길을 걸으면서, 누군가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또 다른 누군가의 아픈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성장해간다.


이 책은 윤의 현재 이야기에서 그들의 대학생 시절인 과거로, 그리고 다시 현재로 이어진다. 또한 주인공의 시점뿐 아니라 '윤의 이야기'와 명서의 시점에서 이야기하는 '갈색 노트'가 번걸아 나온다. 작가가 직접 어떠한 상황을 이야기해주지 않고 두 사람의 시점에서 묘사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그 상황 속에 직접 들어가게 해준다.


연애소설, 청춘소설, 성장소설 장르가 한 권에 함축되어 있다. 각자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지만 상처받은 서로가 모여 서로의 상처를 감싸주며 또한 함께 상처받기도 한다. 이렇게 그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차분하게 묘사한다. 어둡지만 아름답고, 긴장감 있는 전개가 아님에도 책을 읽는 내내 긴장하며 보게 된다. 잔잔하고 차분하게 독자의 마음을 울린다. 큰 갈등이 없는데도 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구절이 많다. 슬프고 아픈 이야기지만 위로를 주는 책이다.


누군가 약속을 해주었으면 좋곘다. 의미 없는 일은 없다고 말이야. 믿을 만한 약속된 무엇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쫓기고 고독하고 불안하고 이렇게 두려움 속에서 보내고 나면 다른 것들이 온다고 말이야. 이러느니 차라리 인생의 끝에 청춘이 시작된다면 꿈에 충실할 수 있지 않을까?


'괜찮아'라고 직선적으로 위로하기보다 가슴 아픈 상처를 함께 공유하는 것으로 위로를 건넨다. 외롭고 쓸쓸할 때, 무엇인가로 허전할 때, 지치고 힘들 때 읽으면 나도 모르게 위로가 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Ahn

대학생기자 임지연/ 덕성여대 컴퓨터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