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산책/서평

생각을 탄생시키고 개발하는 13가지 방법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에 놀랐다. 하나는 전공 서적보다 두꺼운 책의 두께이고, 다른 하나는 그 두께만큼이나 많은 ‘생각쟁이’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이렇게 많은 위인이 등장하는 것은 보지 못 한 것 같다. 책은 제목처럼 ‘생각’에 관한 이야기이다. 


<출처: 다음 책>

사실 생각보다는 ‘상상력’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처음 도입 부분에서는 앞으로 말하려는 ‘생각’이란 무엇인지를 말해주고, 왜 ‘생각’이 중요한지에 대한 타당성을 보여준다. 그리고는 ‘상상력’을 키워주는 13가지의 도구를 소개한다. 각 도구별로 그 도구를 제대로 사용했던 위인들을 보여줌으로써 이해를 돕는다. 도구를 다 보여준 후에는 앞에서 말한 13가지 도구를 잘 활용하여 창조가가 될 수 있는 통합교육의 중요성과 방법을 제시한다.

학계 간 장벽이 희미해져가고, 융합이나 통합, 통섭 등의 키워드가 대접받는 세상이 도래하면서 이를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많은 책에서 이러한 ‘능력’을 기르기 위한 견해를 제시해 왔지만, 그 이야기가 하나의 위대한 성인에 극한되거나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어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생각의 탄생’의 저자는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능력’을 키우기 위한 실질적인 ‘생각법’을 제시해준다. 그것도 무려 13가지의 도구와, 이름만 들어도 훌륭한 위인들의 입을 통해 들려준다. 저자의 견해는 지금까지 있어 왔던 많은 책을 체계적으로 종합하면서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해가 쉽다는 점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저자가 제시한 13가지 생각도구와 추가한 1가지


13가지의 생각도구를 나열해 놓고 생각해보면 ‘틈’이라는 공통적인 요소가 발견된다. 첫 번째 생각도구인 관찰에서부터 마지막 생각 도구인 통합에 이르기까지 모두 세상과 자신의 내면 사이에는 틈이 존재하고 각 생각 도구들은 그 틈을 메우는 방법처럼 느껴졌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생각도구인 관찰은 세상이라는 피사체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관찰함으로써 세상과 내면 사이의 틈이 메워지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14번째 생각도구를 제안하고 싶은데 그것은 바로 ‘색깔입히기'이다. 

세상과 내면의 틈을 완전히 메우기 위해서는 현재 자신이 사는 세상의 색깔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을 세상의 색깔과 비슷하게 맞춰야 창의적인 상상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만약 완전히 다른 색깔을 입히면 괴짜 혹은 '4차원'과 같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공자는 그 시대에 가장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에 그 시대에 맞는 색깔을 잘 입히는 능력이 타고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과연 13가지의 생각 도구가 후천적으로 길러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점은 책을 덮는 순간까지 남아 있었다. 책에 나와 있는 사례들 대부분이 생각을 잘하는 위인들의 선천적인 재능에 집중되어 있었고, 후천적인 노력에 관한 내용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았다. 만약 책에서 말하는 13가지의 도구들이 후천적 학습의 제약이 있다면 책의 존재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의문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제시한 13가지의 도구 중 개인적으로 가장 비싼 돈을 주고라도 구매하고 싶은 ‘생각도구’는 3번 생각도구인 ‘추상화’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라는 피사체는 똑같지만 그것을 어떻게 분해하고, 합치고, 섞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 여기서 ‘어떻게’의 방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추상화이다. 추상화는 세상을 단순화해서 볼 수 있게 하고, 분야 간의 경계도 허무는 동시에, 피사체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게도 한다.


 ‘다른 방식으로 제시한다고 해서 최초의 질료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상상력이 빚어 낸 관념이라는 점에서는 결국 마찬가지이다. 그런 식으로는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다. 인간의 사고를 혁신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인간의 상상력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 44p,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위 문장은 내가 좋아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중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 나오는 문구이다. 이 문구는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말해준다. 기존의 얽매여 있는 틀을 벗어나는 것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생각의 탄생’을 거쳐 ‘상상력의 끝’을 향해 가는 길은 험난한 여정이지만, 저자가 알려준 13가지의 도구들은 분명 좋은 내비게이션이 되어 줄 것 같다. Ahn

 

대학생기자 노현탁 / 건국대 기술경영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