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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서평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기억 아웃소싱 시대를 읽다

신문사 사이트에서 최신 뉴스의 제목을 둘러보고 있을 때 새로운 이메일이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울린다. 몇 초가 지나면 RSS 리더는 좋아하는 블로거 중 한 명이 새로운 글을 올렸음을 알려준다. 그로부터 또 몇 분 뒤 휴대전화에서는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벨소리가 울린다. 동시에 스크린에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새 글이 올라왔음을 알리는 불이 들어온다. 

정말 많은 일이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위의 상황은 보통 상황의 일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우리는 이토록 놀라운  방해 기술의 생태계의 빠져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책을 한두 쪽만 읽어도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시작하더니 안절부절 못 하고 문맥을 놓쳐버리고 곧 다른 할 일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다루기 어려운 뇌를 잡아끌어 다시 글에 집중시키려 애쓴다. 예전처럼 독서에 집중하던 행위는 어느새 투쟁이 되어버렸다.



<출처: 다음 책>

이처럼 인터넷은 인간의 많은 행동을 바꾸어 놓았다. 그런데, 이런 행동이 우리의 뇌까지 바꿀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러한 통념, 즉 뇌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어린이는 뇌에 있어서 진정한 인간의 아버지인 것처럼 뇌의 부분들은 각각의 회로에서 감각을 받아들이고 근육을 움직이며 기억과 생각을 형성하는 등 세세하게 정해진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뇌는 가소성에 의해 변한다. 도구를 사용하면 우리가 도구에 영향을 미치듯 도구도 우리 뇌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책에서는 시계와 지도의 출현으로  우리 삶과 인지의 정도가 엄청나게 변화했다는 것을 예로 들면서 인터넷 또한 그러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도구와 맺는 긴밀한 관계는 쌍방향적이다. 기술이 우리 자아의 확장인 것처럼 우리 역시 기술의 확장이 된다. 목수가 망치를 손으로 집을 때 그는 손을 이용해 망치가 할 수 있는 작업만 할 수 있다. 손은 못을 박거나 뽑는 도구가 된다. 군인이 쌍안경을 눈에 가져다 댈 때 그는 렌즈가 볼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상만 볼 수 있다. 그의 시야는 넓어지지만 가까이 있는 것은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책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종이의 발견으로 단어의 유연성과 표현력을 증가시킨 시대를 거쳐, 이제 독서의 형태가 다시 개인적인 성격의 종이에서 대화가 가능한 스크린으로 옮겨짐에 따라 작가들은 다시 한 번 적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완벽을 가하려는 압박은, 이 압박이 가한 예술적 혹독함과 함께 줄어들 것이며, 우리는 무형식과 즉각성이 주는 즐거움에 빠져 표현력과 수사법을 잃을 것이라고 한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대중적인 독서의 시대를 우리 지적 역사에 있어 짧은 예외였음'을 암시한다는 결과이다. 과연 독서가 비밀스러운 취미를 행하는 특이한 집단의 활동의 부분이 되어버릴까?

무엇을 아무리 얇게 베어낸다 해도 거기에는 언제나 양면이 존재한다. 우리는 우리가 받아들이는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대가로 집중과 몰입, 그리고 관심의 분화와 생각의 분산이라는 손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아니, 우리는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 인터넷의 사용은 우리 뇌를 멀티태스킹에 맞도록 더욱 민첩하게 만들지만 멀티태스킹을 가능케 하는 능력을 향상하는 것은 깊이, 창조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사실상 저해한다.

인터넷의 급속한 속도 향상과 스마트 기기의 발달로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정보에 다가갈 수 있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정보를 많이 아는 것 자체보다 정보를 잘 융합해서 자신만의 생각으로 표현하고 나타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생각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었으니, 그것은 기억을 디지털 기술에 '아웃소싱'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문맥 속에서 파악하는 정보가 아닌, 파편적인 정보 조각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저자는 기술의 유혹은 거부하기 어렵고, 우리가 사는 인스턴트 정보 시대에 속도와 효율성이 주는 이득은 그야말로 꼭 필요한 가치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컴퓨터 과학자와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가 우리의 명령 체계를 작성하는 미래로 호락호락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저자는 빠르고 간편한 세상으로 점철되는 이 순간에, 다른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생각과 시야를 독자에게 열어주는 것 같다. Ahn


대학생기자 이승건 / 성균관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