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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人side/안랩!안랩인!

엄홍길은 엄두도 내지 않는 직딩 산악인들

울긋불긋 산 여기저기를 오색 빛깔의 꽃으로 물들였던 봄이 지나고 푸르른 녹음을 자랑하는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무더운 더위 속에 산이 주는 시원한 그늘과 선선한 산바람은 자연 속에서의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로 하여금 산을 찾게 한다. 안철수연구소에도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

등산 동호회 ‘산들바람’은 엄홍길 같은 전문 산악인이 될 생각은 추호도 없는, 그저 산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제는 안랩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하는 OB들까지 회원으로 유지되는 유일한 동호회이기도 하다. 회장 권영찬 차장과 총무 이솔메 주임연구원을 만나 그들의 산 사랑을 들어보았다.

'산들바람'의 총무 이솔메 주임(좌), 회장 권영찬 차장(우)

컨설팅팀 권영찬 차장은 8년 남짓 된 ‘산들바람’ 동호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산을 워낙 좋아해, 작년에 10년 근속 휴가를 받았을 때 이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봉우리 등정에 쏟아 부었다. 다음 등정 목표는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산’이라고 한다.

“산을 오르는 거창한 이유는 없어요. 시간은 많은데, 돈은 없는 사람들이 산을 많이 다니지 않나요?” 딱딱하고 어색한 인터뷰 분위기는 밝은 그의 미소와 유머가 담뿍 담긴 발언에 눈 녹듯 사그라졌다. 그는 대학교 입학 후 산악 동아리에 들어가서 학창 시절 내내 등산을 즐기다가, 그것이 인연이 되어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산을 자주 찾는다.
 
권영찬 회장 왼쪽에 수줍은 미소를 띠며 앉아있는 SW연구실 이솔메 주임은 ‘산들바람’의 총무를 맡고 있다. 2007년에 입사해 지인의 소개로 동호회에 가입했다. 어린 시절 건강이 좋지 않아 운동 삼아 꾸준히 산에 다녔는데, 그 습관이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되어 직장에 다니면서도 산을 오르고 있다고. 그는 안철수연구소 내에 등산 동호회가 있다는 소식에 더 적극적으로 산행을 즐기게 되었다고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동호회는 2000년 즈음에 만들어졌지만, 동호회 카페는 지난 2009년 4월 개설되어 산들바람의 등산 계획을 꾸준히 공지하고 있다. 공지할 만큼 회원 수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 사실, 동호회에 가입을 하고 함께 등산하고 싶다고 메일을 보내는 사람들은 대략 40~50명 정도지만, 실제로 등산에 참여하는 주요 멤버는 20여 명이라고.

“등산 공지를 올리면 다들 그냥 ‘가나 보다…‘ 해요. 제가 ‘가자 가자!’ 하고 부추기는 성격이 아니라서 언제든 등산이 하고 싶으면 참가하라는 형태로 운영을 하고 있죠. 억지로 끌고 가고 싶지는 않아요.” 권영찬 회장은 많이 가면 챙기기 힘들다고 덧붙이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렇게 소수로 운영되는 ‘산들바람’에서 권영찬 회장과 이솔메 총무는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존재다.
“굉장한 지원군을 만난 기분이에요. 산행을 꾸준히 다니고, 어쩔 때 보면 저보다도 산에 많이 다니는 것 같아요. 이런 사람 거의 없었는데…“
권영찬 회장은 ‘산들바람’의 정기 산행이 아니더라도 혼자 산에 잘 다니는 이솔메 총무를 볼 때마다 큰 힘이 된다고 했다. 특히 몸이 아파 회장이 산행에 참석을 하지 못할 때는 산을 좋아하고 산을 잘 타는 이솔메 총무가 동호회를 이끄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했다.

이에 이솔메 총무는 웃음으로 답하며 “권영찬 회장은 동호회에서 산행의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 있다”며 칭찬했다. “지리산이었나, 소백산이었나. 산행을 갔던 동호회 사람들과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 다리를 다쳐 절뚝거리는 분을 보았는데, 마침 붕대를 가지고 있던 회장이 응급처치를 해주더라고요. 동호회의 큰 형 같은 존재라고 항상 생각합니다.” 그는 권영찬 회장이 산을 많이 알고, 산행을 하다가 겪는 사고와 관련해 응급처치에도 숙련돼 있어 여러모로 의지를 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서 이솔메 주임은 가장 기억에 남았던 산행 에피소드를 꺼냈다. 동호회 가입을 하고 처음으로 갔던 산행은 1박 2일 일정으로 소백산을 등반했던 것. 소백산에 올라 저녁에 사람들과 술잔도 기울이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몰랐던 사람들과 친해져 뿌듯하다고 한다.

권영찬 차장은 8명의 멤버가 함께 했던 등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비도 많이 오고 산세도 험해서 올라가는 도중에 포기하고 다시 내려왔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고 말했다. “아, 마니산에도 갔었어요. 가을이었는데, 아침 일찍 가니 경치도 좋았고, 때마침 새우 철이라 등산이 끝나고 내려와 다같이 새우도 먹고, 멤버 중 하나가 가져온 포도주를 마시며 즐겁게 놀았던 기억이 나네요.”라며 웃었다. “파전에 동동주, 많이 먹기도 하죠.”라며 그가 덧붙였다.

산행과 관련한 추억에 잠겼던 그들은 안철수연구소에서 ‘산들바람’이 직장 생활 속 ‘휴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산행 가자고 닦달하는 것보다 마음이 맞고, 의지가 되는 사람들끼리 편안하게 산행을 하는 동호회였으면 좋겠어요.” 권영찬 차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뒤이어 이솔메 주임도 “사람들이 동호회를 하면서 마음이 편해지고, 같은 장소와 시간 속에서 함께 추억을 만들고 웃으면서 활동할 수 있는 그런 동호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며 작은 바람을 내비쳤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회장은 ‘허수’로 존재하는 회원들이 함께 산행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껄껄 웃는 그의 모습에서 늘 한 곳에 머물러 기다리는 한결 같은 산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총무 또한 동호회에 대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바라며 회장과의 지금의 관계를 계속 유지해나가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권영찬 회장과 이솔메 총무에게 ‘산’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물었다. “딱히 생각해본 적 없는데…”라며 당황하던 그들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썩 감동적인 대답을 해주었다. 회장은 “소주의 일종이 아닌가요? 하하, 장난이고요. 산은 항상 한 자리에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내가 어딜 가 있어도 다시 찾을 때까지 계속 기다려주니까. 저도 물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총무는 “찾지 않으면 보고 싶은, 답답한 속을 뻥 뚫어주는 존재”라고 산을 정의했다. 


일뿐만 아니라 취미생활까지 공유할 수 있는 동료가 있어 일하는 것이 더욱 즐거워 보이는 그들과의 인터뷰는 마치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부는 산 자락에서 쉬다 온 것처럼 마음을 평화롭게 했다. 즐거운 일과 취미, 건강, 그리고 서로에게 ‘사람’이라는 소중한 선물을 내려준 ‘산들바람’. 여러분도 함께 해 보고 싶지 않나요? Ahn

 

대학생
기자 최수빈 /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취미와 특기를 '공상'으로 꼽을 만큼 생각이 많다. 이에 가끔은 엉뚱한 글과 말로 사람들을 당혹시킬 때가 있지만, 이사람, 연구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mp3와 따뜻한 아메리카노만 있다면 어디에 처하든 지루하지 않다는 그녀. 오늘도 색다르고 독특하며 그녀만의 색이 있는 행복한 상상은 멈추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