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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현장속으로

학점보다 골치아픈 글쓰기, 달인에게 들은 비법

 

직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입사뿐만 아니라 업무 과정에서 글쓰기 능력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글쓰기 실력을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관공서나 기업도 늘고 있다.

그러나 청년 실업 80만 시대를 관통하는 젊은이들에게 글쓰기는 학점보다 골치 아픈 존재다.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선 스펙 못지않게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한다. 문제는 그 ‘스토리’를 글로 풀어나가는 데에 서툴다는 사실이다. 정말 자기소개서 100번은 써야 한 번 면접 볼 수 있는 걸까? 기왕 글을 써야 한다면, 정말 잘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방법은 있다. 단, 쉽지 않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 연사로 나선 ‘글쓰기의 달인’ 고미숙 씨는 한 고비 넘기는 글쓰기가 아닌, 정말 글을 잘 쓰려면 몸을 글쓰기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임기응변식 글쓰기 스킬 대신 꾸준한 글쓰기 수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를 시작으로 예술, 놀이, 언어, 독서, 연애, 돈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글을 쓴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란 타이틀로 8편의 달인 시리즈를 펴낸 바 있다. 다음은 그가 말하는 글쓰기 달인 되는 비법 주요 내용.

비처럼 쏟아지는 ‘말’ 속에서 상처받는 사람들


우주가 작동하는 원리는 철저한 ‘give & take’이다. 주는 만큼 받고,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 양의 벡터가 있으면 역벡터로 음이 존재하는 셈이다.

SNS 역시 마찬가지. SNS의 장점은 무수히 많다.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고, 그 안에서 사회활동에 참여하며 지식의 공유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SNS에 푹 젖어있다 보면 어느 순간 불안감이나 슬픔을 느끼게 된다. 그 이유는 편리함의 반대급부로 말에 대한 지배권을 잃었기 때문이다.

말이 비처럼 쏟아져서 홍수를 일으키고 거대한 바다를 만드는 세상이다. 엄청나게 많은 말에 휩싸여 자신이 생각한 것, 원하는 것인지도 모르는 말을 쏟아낸다. 그러다보니 상처 받은 사람은 많은데 상처 준 사람은 없는 모순에 빠진다. 사람들은 소통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말에 사람들이 휩쓸려 다니는 것이다. 
 
따라서 ‘좋은 글쓰기’는 곧 ‘나의 글’을 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쓰기’이다. <뿌리깊은 나무> 속 조선시대가 아닌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언어는 더 이상 제약이 아니다.

남은 건 자신의 의도를 이룰 수 있게 언어를 조직하여 힘을 기르는 것이다. 이 능력이 바로 지성(知性)이다.
지성은 언어로 새로운 지식을 가공해서 창출하는 능력이다. 글 못 쓰고 책 못 읽으면 지성인이라고 할 수 없다.
 

‘나의 글’을 쓰기 위한 첫 단계, ‘글쓰기 수련’을 하라


좋은 글쓰기를 위해서는 먼저 몸이 글쓰기에 익숙해지도록 세팅해야 한다. 쉬운 단계부터 지속적으로 반복하면서 체득해야 한다. 즉 ‘글과 내가 하나가 되는’ 문아일체(文我一體)가 되어야 한다.

자전거를 타고 싶다면 자전거 타기에 알맞게 몸을 재구성해야 한다. 시작은 힘들지만 한번 몸에 익히면 절대 잊지 않는다. 수영도 마찬가지. 수영 책만 보면서 수영할 수 있을까? 물도 먹으면서 물과 내 몸이 하나가 될 때까지 고생하면서 익혀야 한다.

무술과 마찬가지로 글쓰기에도 수련이 필요하다. 수련은 자기 몸의 기운을 바꾸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존재가 선생이다. 수련을 끝낸 선생의 지도를 통해 체화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다음으로 글쓰기에 알맞은 자신만의 에너지를 갖춰야 한다. 눈에 보이는 '몸'에 대한 높은 관심과 달리 보이지 않는 '사고'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다. 쾌락에 중독되다보니 열정을 잊었다. 중독과 열정의 차이는 몸과 마음의 합치 여부에 달렸다. 몸과 마음이 따로 놀면 중독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어떤 일에 집중한다기보다 몸에 마음을 맡기는 것과 같다.

다행히 인간은 노력 여하에 따라 중독에서 벗어나 열정을 가질 수 있다. 그 시작은 자기 몸과 마음의 약한 부분을 파악하고 치료하는 것이다. 몸이 안 좋은 이유는 신체 일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 하기 때문이다. 건망증이 심하다든가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뇌와 관련된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개선해나가면 곧 몸의 균형이 맞아지고, 글쓰기를 위한 에너지를 점차 갖출 수 있게 된다.


글쓰기도 체력, 몸을 관리하고 단련하라


책 읽는 태도도 바꿔야 한다. 읽고 끝내선 안 되고, 필사와 암송이 필요하다. 베끼고 베끼면서 마음이 동해야 한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의 필사와 암송을 거쳐 살아남은 책, 즉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암송과 필사는 책과 몸이 섞이는 과정이다. 책을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몸이 약하면 당연히 할 수 없다. 다만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하는 운동과 달리, 몸을 스스로 관리하는 과정이다. ‘글쓰기 체력’은 누구나 갖출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건 ‘사유’다. 길든 짧든 문자를 통해 이를 풀어내기 위해선 구성이 중요하다. 자신만의 텍스트가 가능할 때까지 계속 다시 써야 한다. 깊은 고민 없이 짧은 시간 안에 쓰고 올리는 블로그나 SNS의 글에는 사유가 결여되어 있다. 이를 반복하다보면 글쓰기 능력 없이 꼼수만 는다. "괴롭지 않으면 얻어지지 않는다”는 각오로 반복해야 한다.

결국 만족할 만한 글을 뽑아내기 위해선 공부량만큼이나 체력이 필수다. 그래서 내가 몸담고 있는 감이당의 학생들은 산을 오르고 요가를 배운다. 어렵고 몸에 큰 변화를 줄수록 그 쪽에 몸을 집중해야 한다. 올림픽 대표로 뽑힌 선수들은 경기가 다가오면 생활을 절제하고 명상하며 오로지 경기만을 준비한다. 글쓰기도 그런 식으로 집중해야 늘릴 수 있다. Ahn

대학생기자 임종헌 / 충남대 경영학과
눈에 보이는 현상을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을 끝까지 추적하며,
치열하고 도전적으로 보낸 하루를 낙으로 여기는,
큰 만족보다 작은 실수를 기억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