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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차 MBC PD가 말하는 PD라는 직업의 매력

많은 대학생에게 PD는 선망하는 직업 중 하나다. 특히 MBC PD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그런 대학생 중 하나인 내가 운 좋게 현직 PD를 만나는 기회를 잡았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성해 편성PD로 시작해 불만제로, PD수첩을 거쳐 작년에 ‘MBC 스폐셜’로 온 성기연 PD. 10년차인데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하는 겸손한 모습과 달리 그가 만드는 프로그램마다 시청자의 관심과 주의를 끌어모은다.

‘MBC 스폐셜’ 신년특집도 그랬다. 안철수와 박경철, 김제동을 한 자리에 모아 대박을 낸 것이다. 시청자가 진정으로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하는 성기연 PD를 만나 PD라는 직업의 매력을 들어보았다.

PD의 밑천은 다양한 경험과 자신만의 특화 능력


어렸을 때부터 워낙 TV를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PD라는 꿈을 키우게 되었다. 그는 기본적으로 PD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 생활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인문, 사회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깊이 생각해보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그에 따르면 PD가 되기 위해서 꼭 신문방송학과를 나올 필요는 없다. 편집 기술이나 카메라를 다루는 요령은 입사 후에도 금방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제작 기술 측면보다는 내면의 내공을 다양하게 또는 전문적으로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잘하는 분야를 개발하라고 강조한다. 자신이 잘하는 분야가 있으면 선발과정에서 자신을 부각할 수 있고, 입사 후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

"예를 들어 어떤 PD가 중국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베이징 올림픽이나 중국 관련 특집이 있을 때 유리할 것이고, 또한 언젠가 기회가 왔을 때 남들이 못하는 프로그램을 그 누구보다 특화해서 잘 만들 수 있다. 실습 또는 현장 경험에 목을 메는 것보다 이렇게 자신의 전문 분야를 키우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 단어로 정의하기 어려운 직업, 합격의 왕도는 없다?

성 PD는 PD의 특징을 한 단어로 정의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개개인이 천차만별로 다른데, 비슷한 사람을 뽑는다면 방송국이 다양할 수가 없다는 것. 그러니 방송국 PD가 되기 위해 ‘어떤 성격이 맞고, 어떤 개성이 유리하다’고 규정하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

"개개인의 다른 개성을 존중한다. 따라서 팁을 준다면, 원래 나의 모습이 아니라 심사에 유리할 것 같아 연출한 ‘내가 내가 아닌 척’을 하면 보는 사람도 불편하고, 자신도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자연스럽지 않다. 내성적인데 활발한 척을 한다거나, 강한 척을 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난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라."


또한 학점이나 영어 점수에 너무 연연하지도 말란다. 실제로 MBC에 입사한 모든 사람이 다 스펙이 높은 것은 아니라고.
"한 선배 PD는 '1등만 PD 하냐, 시청자도 모두 1등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원자의 다른 면을 보길 원했다. 학점의 높고 낮음에 따라 당락이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흔히 PD를 활발하고 사교적이고 털털하고 술 잘마시고... 등의 선입견을 갖고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내성적인 PD도 있고, 말을 잘 못하는 PD도 있다. 사람마다 각자 다 다르지만 저마다의 장점이 있다. PD가 되고 싶다면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어떠한 부분에서 남들보다 유리한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어필하라."
 

세상 모든 걸 다룰 수 있어 매력적인 다큐 PD

그는 처음부터 다큐멘터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MBC는 신입사원을 뽑는 절차가 매해 바뀐다. 그가 입사할 때는 예능/드라마/시사교양/편성/스포츠 등 분야를 나누지 않고, 통합해서 뽑았다. 여느 지원자가 그렇듯 그도 “시켜만 주신다면 뭐든 열심히 하겠다.”라며 면접에 통과했다. 운 좋게 첫 해에 MBC PD가 됐지만 처음부터 잘 풀렸던 것은 아니었다. 당시 그는 예능 PD가 되고 싶었는데 ‘시켜만 주시면 뭐든지 다 하겠다.’라는 말 때문이었는지 편성 PD로 발령이 났다. 처음에는 예능국에 가고 싶다고 울고 불고 생떼도 부려보고, 예능국에 보내달라는 편지도 수 차례 써봤지만 바람과는 달리 편성 PD로 4년 동안 근무했다.

편성이란 쉽게 말해 방송의 계획표를 짜는 일이다. 자사의 방송 시간대를 나누고 프로그램을 이동시키는 등의 큰 틀을 짜는 개편 작업부터 하루에 방송되는 수백 개 프로그램, 광고, 예고 등을 분초 단위로 조정하는 데일리 편성 작업, 그 외에도 외화 더빙, 각종 캠페인 제작까지 편성 PD가 하는 일은 매우 다양하다. 편성에 따라 방송국의 경쟁력이 바뀔 수도 있고, 또 방송은 1초라도 비면 사고이기 때문에 편성은 방송국의 핵심 부서 중 하나이다.

그렇게 편성 PD로 여러 프로그램을 보다보니 그제서야 자신이 시사교양 PD에 맞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시사교양국으로 오게 되었고, 지금은 시사교양 PD가 된 것에 무척 만족한다. 대부분 자신의 전문 분야가 따로 있고 그 분야에 집중할수록 다른 곳을 돌아보기 힘든 데 반해, 시사교양 PD는 세상 돌아가는 모든 일이 다 직업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경험이 누적될수록 배우는 게 많은 것 같다. 특히 연초에 ‘MBC 스페셜 - 안철수와 박경철’이 방송되고 주변 지인이 ‘너는 그런 사람들도 만날 수 있냐’며 부러워할 때 이 직업이 정말 멋있는 직업임을 다신 한번 깨달았다.

예전에는 그 자신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을 딱딱하고 어렵다고 생각해서 사실 잘 챙겨보지 않았다. 하지만 직접 제작해보니 요즘 다큐 프로그램들은 그러지 않더란다. ‘노인들만 사는 마을’이나 ‘일곱살 인생’, ‘모델’, ’마음에 근육을 만들다’ 등 최근 일련의 프로그램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다양한 주제로 좀더 가까이 시청자에게 다가간다. 시청자와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다큐 PD라는 직업의 매력은 더 커진다.

바쁜 와중에도 대학생 기자들의 답변 하나하나에 성심성의껏 대답하는 성기연 PD는 친구 같고 때론 선배 같고, 때론 따뜻한 선생님 같았다. 어느 때보다도 웃음이 가득했던 인터뷰. 그의 따뜻한 웃음은 방송을 통해 시청자에게 전달될 것이다. Ahn

 


대학생기자 고정선 /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어둡다고 불평하기보다는 점차 익숙해지기를 기다려 작은 불빛을 내편으로 만드는 것이 더 낫다.  현재에 상황에 불평하기보다는 현재의 상황을 더 즐기는 방법을 찾는 것을 좋아한다.  좋은 시절의 꿈은 위대하듯 지금의 꿈을 더 크게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사진. 사내기자 황미경 / 안철수연구소 커뮤니케이션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