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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현장속으로

전쟁을 싫어한 전쟁사진작가, 로버트 카파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로버트 카파의 탄생 100주년 기념 사진전이 8 2일부터 10 28열리고 있다 

로버트 카파는 헝가리의 보도사진가로 전쟁사진가로서 영웅적 명성을 떨쳤다. 1936년 스페인 내란 때 인민전선파의 보도사진가로 참가하여 유명해진 이후 중일전쟁, 2차 세계대전을 취재했다. 1944 6 6일 연합군의 노르망디상륙작전 시리즈는 걸작으로 알려져있다.

이번 로버트 카파 사진전에서 주목 해야 할 두 가지는 한국 최초 전시되는 작품들당대 최고 예술가들과 카파와의 교류가 담긴 사진들이다 

ICP소장 오리지널 작품과 2007년 발견된 멕시칸 수트케이스 작품이 최초로 한국에 오다 

ICP 1974년 코넬 카파가 형 로버트 카파의 기록과 추억을 보존하기 위해 건립한 기념 재단이다. 그의 재단에서 직접 소장하고 프린트한 오리지널 작품들로만 구성되는 전시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2007 12월 말 ICP에 작은 박스가 비밀스럽게 도착했다. 멕시칸 수트케이스로 불리는 너덜너덜한 박스에는 로버트 카파의 전설적인 스페인 내전 사진이 포함된 160롤의 필름이 들어있었다.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이는 사진 들 중 몇 점은 바로 멕시칸 수트케이스에 들어있던 것들이다. 한국에 최초로 소개되는 이 작품들을 전시장에서 다양한 소품과 함께 관람할 수 있다 

당대 최고 예술가들과의 교류 

카파는 전선에서 돌아오면 파리에 머물고 있는 작가, 기자, 예술가들과 우정을 쌓았다.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나 존 스타인벡, 어윈 쇼, 아트 버크워드, 시나리오 작가인 피터 비에르델, 영화 감독인 존 휴스턴과 아나톨 리트박 등이 그들이다. 파블로 피카소와 피카소의 아내 프랑수와즈 질로, 1947년 카파가 공동 설립한 사진 협동 에이전시인 매그넘 식구들 또한 그의 좋은 친구들이었다. 카파가 이들과 교류하며 찍은 유머러스한 사진들도 전시되어 있다.

카파는 스페인 내전에서 탱크에 치여 숨진 첫사랑 게르다 타로를 잊지 못해 당대 최고 여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의 청혼을 뿌리친 진정한 보헤미안, 로맨티스트로 유명하다. 잉그리드 버그만은 카파가 세상을 떠난위 그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카파는 사랑하거나 미워할 수 는 있어도 켤고 무관심 할 수 없는 남자였다.”  

로버트카파는 에스파냐 내전, 2차 세계대전 유럽전선, 1차 중동전쟁, 1차 인도차이나 전쟁 이렇게 5개의 전쟁을 취재하며 전쟁 사진의 새 역사를 만들었다. 전시는 전쟁 순으로 되어 있어 전쟁과 함께한 카파의 일대기를 순서대로 볼 수 있다. 

1936년 스페인 내전  로버트 카파라는 이름으로 사진을 팔기 시작했고, 타로와 함께 스페인으로 향해 바르셀로나, 아라곤 전방, 마드리드, 톨레도 등을 다녔다. 10월 초, 코르도바 전방에서는 유명한 작품인 '쓰러지는 병사' 을 촬영했다. 

1938년 중일전쟁  이 전쟁을 기록하기 위해 마르세이유에서 배를타고 중국으로 향했다. 

1944년 제 2차 세계대전  6 6 D-Day, 미군 상륙 작전 부대와 함께 제일 먼저 노르망디 오마하 해변에 상륙했다. 파리를 향해 노르망디에서 싸우는 미군 부대와 동행, 해방운동의 선봉에 섰던 프랑스 제2기갑 부대와 함께 파리로 들어갔다. 벨기에 바스토뉴의 남쪽 아르덴 지역에서 벌지의 전투를 취재했다. 이 날 카파가 촬영한 사진 중 가장 유명한 사진은 [오마하 해변에 착륙하는 미군부대 공격개시일] 인데, 포커스도 맞지 않고 상당히 흔들린 상태의 사진이지만, 오히려 당시의 절박했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어서 제 2차 세계대전의 보도사진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고 한다.

1948년 제 1차 중동전쟁  텔 아비브로 가서 이스라엘의 독립 선언과 아랍에 대항한 전쟁을 취재했다. 프랑스 리비에라 지방의 골프 주앙으로 가서 파블로 피카소와 프랑수와즈 질로를 만났다. 

1954년 인도차이나전쟁  일본의 신생잡지인 카메라 마이니치의 초청으로 3주간 일본에서 지냈다. 라이프 매거진의 의뢰를 받고 베트남으로 가서 한 달을 보냈다. 그곳에서 대인 지뢰를 밟고 사망했으며, 뉴욕의 아마워크에 매장되었다.

5 25 2 30분경 카파는 풀이 무성한 둑에 올라 남딘 마을에서 타이빈을 향해 걸어가는 프랑스 군의 뒷모습을 찍는다. 이 사진을 찍고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그는 대인 지뢰를 밟고 만다. [지뢰밭의 군인들] 이 사진이 카파의 마지막 사진이다. 죽음의 순간까지 그의 왼쪽 손에 쥐어있던 카메라는 현상을 위해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실렸다고 한다 

[지뢰밭의 군인들]을 마지막으로 카파는 전쟁사진작가로서의 생을 마감했다. 카파는 어쩔 수 없이 전쟁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누구보다도 힘든 일을 해야 하는 안타까운 삶을 살기도 했지만, 유명한 아티스트들과 함께하는 화려한 삶을 살기도 했다. 이번 로버트 카파전을 통해서 전쟁사진작가로서 사진 속에 힘들고 괴로운 모습밖에 담을 수 없었던 카파의 인생과 지인들과 함께한 일상적인 모습이 담긴 카파의 인생 모두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Ahn 

 

글, 사진
대학생기자 최해리 / 국민대학교 경영정보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