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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컬처리뷰

골든타임, 나약한 인간의 두려움 극복기

의사는 무엇이 가장 두려울까요

내가 예측하고 장악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는데

왜 하필 지금 내 앞에 이런 환자가 나타났는가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올 수 있다. 

그때는 어떻게 할 겁니까?”


드라마 골든타임』에서 최인혁 교수가 인턴 이민우에게 던진 질문이다. 의대 졸업 후 한방병원에서 임상강사로 편안한 삶을 살던 이민우는 응급처치를 하지 못해 어린 아이의 죽음을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고통스런 상황에 처한다. 이 경험을 계기로 응급실 인턴을 지원하는데, 수많은 환자를 만나 절망과 희망을 넘나드는 절박함 속에서 그는 성숙한 의사이자, 공감할 수 있는 인간으로 성장해 나간다.

 
<출처: MBC 골든타임 공식 홈페이지>

골든타임』의 스토리는 나약하기 때문에 더욱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환자를 살린다는 결과에 치중한 기존의 의학 드라마는 달리, 골든타임』은 환자를 살리는 과정 속에서 맞닥뜨리는 각종 어려움을 세밀하게 조명함으로써 진한 감동을 전한다

최인혁 교수 지휘 아래 운영되는 중증외상센터는 24시간 위태롭다. 최소한의 정부지원으로 간신히 운영되는 중증외상센터는 상시 사용할 수 있는 수술실도 갖추지 못한 채, 최소한의 스탭으로 힘겹게 운영된다

행정적인 절차로 인해 트랜스퍼(병원 간 환자 이송) 과정 중 환자가 사망하고, 환자 사망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부서 간에 수술을 거부하고, 병원 인사들 간의 권력 다툼 속에서 환자를 이용하여 개인의 명예를 추구하는 등 환자를 살리기 위한 과정에서 깨름칙한 사건들이 얽혀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환자를 살리겠다는 순수한 의지로 버티는 최인혁 교수를 비롯한 중증외상센터 소수의 의료진은 두려움을 겪는다. 왜 이 상황까지 오게 됐는지, 앞이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지 혼란스럽다

하지만 이러한 두려움은 끈질김과 용기로 극복된다. 며칠 밤을 새며 수술하느라 온 몸이 찢어지는 것 같아도 응급전화를 받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힘이 솟아오르는 최인혁 교수, 환자 곁을 떠나지 않고 간호하며 환자를 살릴 치료법을 발견하기 위해 밤샘 자료 조사를 하는 이민우 선생,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못해 자신의 인생 계획도 변경하는 신은하 매니저. 이들에게서 우리는 두렵지만 꺾이지 않은 굳은 의지를 발견하게 된다

두려움을 희망으로 대체하는 것. 본인이 진실하게 믿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희미하게나마 존재하는 희망을 향해 우직하게 나아가는 것. 그리고 그 희망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골든타임』이 전하는 메시지이다.

단지 생사를 넘나드는 응급실 의료진에게서만 이러한 절박함이 묻어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도 삶 속에서 뜻대로 장악할 수 없는 긴박한 상황에 놓이기 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이럴 때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후회 없는 선택이 될까. 골든타임』의 인물들 속에서 우리는 그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Ahn


자유기고가 방지희